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사고로 숨진 정비용역업체 김모(19)씨의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지하철노동조합 관계자 등은 “서울시와 서울메트로가 피해자를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또 이들은 이번 사고가 청년세대 현실의 어두운 단면이라며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4·16연대 안전사회위원회 산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연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지하철공사노조, 공공운수노조, 한국여성연맹 등은 31일 오전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앞에서 기자 회견을 가졌다.
이들 단체는 “정규직이 해야 할 업무(를 외주에서 했고), 열차가 다니는 선로 시간에는 (이런 업무를) 금지해야 하는데 그것이 지켜지지 않은 시스템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며 “충분히 막았을 수도 있었는데 3번째 사망자를 낸 인재(人災)”라고 지적했다. 이날 회견에는 숨진 김씨의 어머니와 김씨가 소속된 서울메트로 용역업체인 은성PSD 노조 측도 참여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내가 ‘회사 가면 상사가 지시하는 대로 책임감 있게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며 “우리 사회는 책임감 강하고 지시 잘 따르는 사람에게 남는 것은 죽음뿐인데 애를 그렇게 키운 게 미칠 듯이 후회된다”고 했다. 이어 “사측이 지킬 수 없는 규정을 만들어 놓고 우리 아이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건 우리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내 원통함을 푸는 것밖에 없다”고 20분간 발언한 뒤 끝내 오열했다.
기자회견 직후 서울지하철공사노조와 공공운수노조는 서울메트로 측의 요청으로 구의역 역무실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서울메트로 측의 입장과 간담회 결과는 이날중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씨는 지난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오작동 신고를 받고 홀로 점검에 나섰다가 오후 5시57분께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다. 19세 근로자의 죽음에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30일부터 구의역에 추모 포스트잇(접착식 메모지)을 붙이며 추모를 이어가고 있다.
/김나은 인턴기자 babye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