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부실 기업에 깐깐하게...확 달라진 국민은행

대우조선 여신 나홀로 '요주의'

한진해운도 '회수의문' 분류

일찌감치 충당금 1,520억 적립

부실債 커버리지 1년새 20%P ↑

리스크 관리 강자로 떠올라

0115A10 부실채권0115A10 부실채권


방대한 영업망과 1,200만명에 달하는 활동고객을 갖췄음에도 경쟁 은행보다 부실채권 비율 등이 높아 순익이 뒤떨어지던 KB국민은행이 최근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확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어 은행권의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최대 은행이라는 부담감과 관치에 취약한 지배구조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쉽게 부실자산을 쳐내지 못하던 국민은행이 최근 들어서는 구조조정 기업 앞에서 가장 깐깐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국민은행의 행보가 리스크 관리의 강자인 신한은행보다도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지난해 말부터 조선·해운 업종 구조조정 기업들의 여신을 가장 발 빠르게 정리하며 부실자산을 솎아내고 있다. 모든 채권은행이 ‘정상’으로 분류한 대우조선해양 여신을 나 홀로 ‘요주의’로 분류해 약 1,000억원의 충당금을 쌓는가 하면 구조조정 이슈가 본격화된 한진해운 여신에 대해서는 다른 은행들보다 한발 앞선 지난 4월 말 아예 ‘회수의문’으로 분류해 52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은행은 부실채권(NPL)에 대한 방어력을 뜻하는 NPL 커버리지 비율이 지난해 1·4분기 136.10%에서 올해 1·4분기 156.80%로 수직 상승했다.


국민은행이 이처럼 선제적인 리스크 방어에 나선 것은 지난해 말 내부적으로 부도시 손실률(LGD)을 변경하면서 1,700억원의 충당금이 환입된 효과가 크다. 환입된 충당금으로 내부 자금에 여유가 생기자 이 중 1,300억원가량을 다시 취약 업종인 조선과 해운업에 선제적으로 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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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충당금 환입 효과와는 별개로 리스크 관리에 대한 국민은행의 최근 자세가 다소 강경해졌다는 것이 은행권 안팎의 평가다. 일례로 지난해 금융 당국이 대우조선에 대한 4조5,000억원의 지원안을 발표하면서 시중은행들에 대우조선에 대한 여신 한도 복원을 지시했을 때도 국민은행이 당국과 마지막까지 ‘줄다리기’를 했을 정도로 금융 당국에 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당시 신한은행의 경우 국민은행이 함께 여신 한도 복원에 동참한다는 조건으로 가까스로 대우조선 여신 한도 복원에 동의했다”며 “부실채권 관리에서 국민은행이 부쩍 깐깐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한진해운에 대한 국민은행의 여신 분류가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이다. 농협은행·우리은행 등이 이제서야 한진해운 여신을 ‘고정’으로 재분류할 방침을 세운 반면 국민은행은 4월 말 이미 ‘회수의문’으로 분류해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했다. 사실상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내다본 행보다. 현대상선 여신에 대해서도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에 이미 ‘회수의문’으로 분류해 충당금을 전액 쌓았다.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국민은행의 움직임과 관련, 회계사 출신 윤종규 국민은행장과 리스크 전문가로 꼽히는 박정림 여신 부행장의 조합이 국민은행의 체질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 여신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고 소매금융이 탄탄한 것도 국민은행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깐깐한 행보를 보일 수 있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은행이 아니라 옥석가리기를 제대로 하는 은행이 되자는 것”이라며 “경기에 취약한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여신은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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