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나랏돈 맡겼더니 비리만 양산한 KIC 사장

안홍철 전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은 취임 초인 2014년 2월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에 있으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트윗 글을 올린 게 들통 나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나서 사퇴를 종용했으나 꿋꿋이 버티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 그는 재임기간 중에도 KIC의 고유자산을 이용한 부동산 투자 문제, LA다저스 투자 등 대체투자의 절차상 하자, 과다한 업무추진비 사용 등 논란거리만 끝없이 만들었다.

감사원이 내놓은 감사 결과를 보면 그동안의 논란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정도로 비리투성이다. 투자를 검토 중인 프랑스 파리의 호텔을 방문해 98만원만 내고 하루 숙박료 2,100만원짜리 스위트룸에 머문 정도는 그가 저지른 심각한 비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는 위탁자산 운용수익률을 부풀리기 위해 달러화 기준 수익률 대신 통화바스켓 수익률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달러화 기준 4.03%인 수익률을 10.03%로 조작해 나랏돈을 맡긴 국민을 속였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의 비리를 저질렀는데도 감사원이 밝힌 조치는 인사혁신처 통보가 고작이다. 그가 앞으로 다른 공직을 맡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끝낼 일은 아니다. 감사 결과 중에는 장녀가 다니는 회사가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도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형사 책임을 물릴 수 있도록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안 전 사장이 감사 결과가 나오기 직전에 사퇴한 이유가 내년 4월의 총선 준비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가 사장으로 있던 지난해 KIC가 거둔 수익률은 주요 해외 국부펀드 7개 기관 중 꼴찌였다. 만에 하나라도 국민이 시킨 일은 못하고 시키지 않은 비리만 저지른 그가 국민을 위한다며 총선에 나서게 놓아둬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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