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자골프계에서는 두 ‘장타여왕’의 독주가 단연 화제다. 한국에서는 박성현(23·넵스)이, 미국에서는 에리야 쭈타누깐(21·태국)이 필드를 주무르고 있다.
시즌 4승에 상금 랭킹 1위인 박성현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년 차인 지난해부터 눈을 떴다면 쭈타누깐은 최근 3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판도를 바꿔놓았다.
3일 KLPGA 투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 출전한 박성현에게 쭈타누깐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박성현은 지난 4월 초까지 LPGA 투어 3개 대회를 경험하고 국내 투어에 복귀했다. 공동 13위, 공동 4위, 공동 6위로 성적도 좋았다. 당시만 해도 쭈타누깐은 우승을 눈앞에 두고 번번이 무너지는 미완의 대기였지만 지금은 8월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까지 꼽히고 있다.
박성현은 스윙 동영상을 일부러 찾아볼 정도로 쭈타누깐에게 이전부터 관심이 컸다고 한다. 그는 “그 선수의 플레이를 1번홀부터 18번홀까지 다 본 적은 없어서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US 여자오픈을 가게 되면 꼭 같이 쳐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도 만난 적이 있고 만날 때마다 친절하게 대해줘 인상 깊었다”고 덧붙였다. 박성현은 한 달 뒤 열리는 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US 여자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 경기력이 절정에 오른 쭈타누깐과 같은 조에서 맞붙는다면 보기 드문 빅매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현은 쭈타누깐에 대해 “평상시에도 알던 선수이고 워낙 파워풀한 장타자다. (우승 목전에서 계속 좌절할 때) 응원도 했다”면서도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따라 해볼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쭈타누깐은 지난달 30일 끝난 볼빅 챔피언십에서 드라이버를 아예 잡지 않고 3번 우드나 2·3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고 5타 차 압승을 거뒀다. 티샷 평균거리는 그래도 약 250야드를 찍었다. ‘쭈타누깐처럼 드라이버를 빼고 경기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박성현은 “저는 그 선수랑 생각이 반대다. 그 선수가 잘못됐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그런 전략으로 우승하는 것도 진짜로 멋지다고 생각했다”며 “저는 장타자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고 싶은 쪽이다. 그래야 좀 더 쉽게 플레이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쭈타누깐의 드라이버 샷이 280야드를 쉽게 날아가지만 정확도는 크게 떨어지는 데 비해 10야드 정도 짧은 박성현의 드라이버 샷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박성현은 이날 롯데스카이힐 제주CC(파72·6,187야드)에서 치른 대회 1라운드에서 10번홀을 출발, 18번홀(파5)과 1번홀(파4)에서 연속으로 드라이버 샷 아웃오브바운즈(OB)를 내고도 “올 시즌 첫 연속 OB”라고 웃으며 “내일(4일)도 하던 대로 하겠다. 공격할 때는 공격으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버디 5개에 보기 3개, 더블 보기 2개로 2오버파를 적은 박성현은 7언더파 단독 선두 하민송(20·롯데)에게 9타 뒤졌다.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