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에도 차륜형 장갑차 시대가 열린다. 군은 그동안 창군 초기와 1980년대 차륜형 장갑차를 운용했으나 주요장비로 대량 편성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차륜형 장갑차란 전차나 자주포 같은 무한궤도식이 아니라 일반 트럭이나 승용차처럼 바퀴로 움직이는 장갑차를 말한다.
차륜형 장갑차는 획득과 유지, 운용비용이 궤도식에 비해 저렴한데다 각종 탈착형 장갑의 등장으로 방호력도 전차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발전, 세계적으로 보급이 확산되는 추세다.
방위사업청은 현대로템 주관으로 2012년 12월 연구 개발에 착수한 차륜형장갑차가 지난달 9일 운용시험평가에서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데 이어 같은 달 30일 국방규격이 제정됐다고 7일 밝혔다.
방사청은 이번 달부터 양산에 들어갈 차륜형 장갑차를 2023년까지 약 600대를 조달할 계획이다. 사업비 규모는 9,700억원이다. 군은 30㎜ 차륜형 대공포와 차륜형 지휘소 차량 등도 추가 생산할 계획으로 차륜형 대공포는 양산 물량이 수백대에 이를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일단 전방 사단의 수색대대와 기계화보병사단의 기갑수색대대에서 보병전투용(독립현가장치를 가진 바퀴 8개, 8×8형, K808)을 운용할 방침이다. 보병 수송용(6×6형, K806)의 경우 후방 지역에서의 기동타격과 수색정찰 및 공군기지 방호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우리 군은 창군 초기 미국이 공여한 M-8 그레이하운드 장갑차(37㎜포 탑재, 시속 125㎞) 27대를 운용했으나 차륜형 장갑차의 존재 가치도 증빙 못하고 도태된 경험이 있다. 1977년대 후반부터는 이탈리아 피아트사의 6×6형 CM-6614 장갑차를 KM-900이라는 제식명으로 498대 면허생산해 운영했으나 당시 생산기술 부족과 분산배치 등으로 차륜형 장갑차에 대한 인식만 나빠지는 결과를 낳았었다.
군이 새로 보유한 차륜형 장갑차는 궤도형에 비해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총알을 맞아도 운행이 가능한 전술 타이어와 공기압 조절장치, 조종수 열상 잠망경 등 최신 기술이 적용됐다. 군은 새로운 차륜 장갑차를 일단 수색대대나 기갑수색대대, 각 제대의 5분 대기조용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우리 군은 5분 대기조용 차량으로 원형이 나온지 36년이 지난 구형 K-511수송용 트럭을 주로 사용해왔다.
군은 차륜형 장갑차를 단위 제대별로 운영한 뒤 평가 단계를 거쳐, 후방 사단에 집중 배치하거나 전방 기계화보병사단에 궤도식 기갑차량들과 혼용 배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운용 성과에 따라 생산수량이 조정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기계화 부대나 전방 보병사단의 주력 장갑차인 K-200의 경우 12,7㎜ 기관총탄은 막아도 14.5㎜기관포탄은 방어가 불가능한 반면 신형 차륜형 장갑차는 다 막아낼 수 있다”며 “탈부착이 가능한 추가 장갑을 다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이번에 개발된 차륜형장갑차는 미국의 스트라이커, 독일·네덜란드 공동개발의 박서 등 해외에서 개발된 유사 무기체계보다 비슷한 성능에 가격은 절반에 불과해 수출 경쟁력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산물량이 많지 않아 단가 상승 및 후속 지원용 부품 확보난등 예기치 못한 부작용도 예상된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