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최우수선수인 앙헬 디마리아(28·아르헨티나)에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은 경력의 오점으로 남아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상 최고 이적료(5,970만파운드·약 1,000억원)를 기록하며 2014-2015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맨유로 이적했지만 맨유의 한 시즌 전체 경기 시간 가운데 반도 소화하지 못했다. 후반기에는 부상에 시달렸고 루이스 판할 감독과 마찰도 있었다. 리그 4위에 그친 맨유는 결국 1년 만에 디마리아를 파리 생제르맹에 팔았다.
33경기 4골로 짧은 맨유 생활을 마감한 디마리아를 두고 ‘먹튀(먹고 튀었다)’ 논란도 일었지만 한편으로는 판할의 맨유가 디마리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디마리아는 최근 인터뷰에서 판할 감독의 잦은 포지션 변경 요구가 자신을 망쳤다는 식으로 얘기하기도 했다. 파리로 옮긴 2015-2016시즌 디마리아는 15골 22도움으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리그에서만 18도움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썼고 파리는 4년 연속 리그를 제패했다.
명예회복에 성공한 디마리아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아르헨티나의 에이스 역할까지 해냈다. 디마리아는 7일(한국시간) 미국 샌타클래라의 리바이스스타디움에서 열린 칠레와의 ‘남미월드컵’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렸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FIFA랭킹 5위와의 빅매치에서 2대1로 이긴 아르헨티나는 1년 전 패배를 설욕하면서 23년 만의 우승을 향해 순항했다. 지난해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는 홈팀 칠레와 0대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졌다.
최근 평가전에서 옆구리를 다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벤치를 지켰지만 아르헨티나는 왼쪽 공격수 디마리아의 활약으로 조 1위로 나섰다. 볼리비아를 역시 2대1로 누른 파나마와 공동 선두다. 조 2위까지 8강에 진출한다.
후반 6분 역습 상황에서 왼쪽으로 빠져 들어가며 한 박자 빠른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린 디마리아는 8분 뒤에는 왼쪽의 에베르 바네가(세비야)에게 내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경기 최우수선수도 디마리아의 차지였다. 알렉시스 산체스(아스널)가 분전한 칠레는 호세 푸엔살리다(보카 주니어스)의 헤딩골로 추격에 나섰지만 이미 종료 직전이었다. 이날 완전한 휴식을 취한 덕분에 메시는 11일 파나마와의 2차전에는 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