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은행 외화비축 의무화]은행감독규정 LCR로 단일화...환리스크 대비 강력 방파제 쌓는다

美 금리인상·中 금융불안 등 악재에 선제적 대응

LCR 순차적 상향땐 외화 유동성 부족 해소 가능

위반땐 은행 제재...'거시건전성 3종세트'는 유지







금융위기 등에 대비한 우리나라의 외환방파제는 기획재정부 소관인 외국환거래법 등에 기반을 둔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한도,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채권투자 과세)’와 금융위원회 산하의 은행업감독규정 등 2개의 축으로 구성돼 있다. 당국은 지난 1월부터 외환건전성 제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들 제도를 종합 재검토한 결과 10여개로 쪼개진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른 규제를 ‘외화LCR(유동성 커버리지 비율)’로 단일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은행업감독규정상 외환건전성 제도는 상당히 복잡하다는 것이 금융계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허겁지겁 만들어 정교한 분석이 부족했고 문제가 되는 것을 계속 추가하는 방식으로 규정이 마련됐다”며 “복잡하고 국제 감독 기준과도 맞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외화자산 및 부채의 만기 불일치 비율을 잔존 만기 7일 이내, 1개월 이내 등으로 세분화하고 각각 적용된 비율도 달리했다. 만기 1년 이상으로 외화를 대출해주려면 만기 1년 초과로 조달한 자금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고 외환파생상품 거래 규정도 따로 뒀다.

물론 이들 제도가 나름대로 은행의 외환건전성을 보장했지만 외화LCR 하나로 규정하는 게 단순하고 효과적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복잡한 제도를 여러 개 두는 것보다 30일 동안 빠져나갈 외환 대비 고유동성 외화자산을 규정하는 외화LCR 하나만 시행해도 은행의 외환건전성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 또 외화LCR는 바젤Ⅲ를 통해 국제 규격화된 제도다. 외국인 투자가 입장에서는 우리 은행들의 외환건전성이 국제 기준에 따라 가지런히 정리된 것을 확인하고 쉽게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 금융불안 등 중장기 해외 리스크에 대비하자는 뜻도 담겨 있다. 앞으로 미국은 세계 경제가 여전히 저성장에 머물고 있지만 자국 내 금융 버블 등을 제어하기 위해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릴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신흥국의 외환불안이 우려된다.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한 국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각 지역 경제성장률은 모두 10%가 넘지만 이를 평균한 전체 경제성장률은 7% 내외”라며 “통계조작이 빈번하고 부동산 가격도 워낙 빨리 상승해 언제든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중국 경제불안 시 위험한 나라로 한국을 남미의 칠레·페루 등과 하나로 묶어 ‘투자불안 10개국(Troubled 10)’으로 지목했다. 외국인 투자가의 눈에 한국은 중국과 밀접하고 중국의 불안은 우리 외환시장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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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배리 아이컨그린 미 버클리대 교수의 말처럼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는 태생적으로 외환위기의 원죄(original sin)를 갖고 있다”며 “환란 이후 파편화된 제도를 강력한 하나의 제도로 통합해 미래를 대비하자는 차원”이라고 이번 개편의 배경을 설명했다.

은행이 위기 시 외환보유액에 손을 벌리는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도 차단한다는 의미가 있다. 당국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은행업감독규정으로 은행들이 외환유동성 위기 시 외환보유액에 기대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개별 은행의 외환유동성을 철저하게 감시함으로써 이 같은 문제도 차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 초기에는 LCR가 40%로 낮지만 순차적으로 상향되면 달러 유동성 부족에 따른 외환위기 가능성도 대폭 줄어든다.

이에 따라 고유동성 외화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움직임도 바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율에 미달한 은행은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일 것이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외환시장의 달러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당국의 권고에 따라 외화LCR를 관리해왔기 때문에 내년부터 의무화된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국은 제도를 어기는 은행에는 위반 금액과 기간, 그동안 어긴 전력 등을 감안해 외화LCR를 한시적으로 높이는 제재를 적용할 방침이다.

한편 당국은 ‘거시건전성 3종 세트’ 중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완화하되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채권투자 과세 제도는 유지할 방침이다. 선물환 포지션은 국내 은행에 30%, 외국 은행 지점에 150%로 적용되고 있으나 국내 은행은 40%, 외국 은행은 200%로 완화된다. 외환건전성 부담금은 지난해 7월 개편돼 시행된 지 1년이 채 안 된데다 외국인채권투자 과세도 세율을 낮춘다면 한국인 투자자와의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

/세종=이태규기자 조민규·양철민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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