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한국형 소유즈' 꿈 순항…75t 엔진 75초 연소 성공

한국형발사체 엔진 9차시험

연소 때 '진동 균열' 난제 해결

엔진 국산화율 97%까지 올려

실제 필요연소 140초 도전

저비용·고품질 베스트셀러 기대

한국형발사체에 장착될 75톤 로켓엔진(사진 왼쪽)이 지난 8일 전남 고흥 나로호센터 시험장(〃오른쪽)에서 거대한 불꽃과 연기를 피어올리며 75초간 연소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항우연한국형발사체에 장착될 75톤 로켓엔진(사진 왼쪽)이 지난 8일 전남 고흥 나로호센터 시험장(〃오른쪽)에서 거대한 불꽃과 연기를 피어올리며 75초간 연소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항우연




2020년 달 탐사의 초석이 될 한국형 발사체(KSLV-2)가 개발 난제였던 ‘진동 균열’ 우려를 씻고 75초간의 연소시험에 성공했다. 동급의 구소련 ‘소유즈’로켓이나 미국의 신형 ‘멀린’로켓에 견줄 한국판 베스트셀러 탄생의 꿈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된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 8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에 장착되는 75톤 추력 엔진 시제품에 대한 9번째 성능시험에 성공했다. 항우연은 총 220차에 이르는 성능시험을 통해 엔진의 연소시간을 임무목표치인 140초까지 검증하고 각종 부품의 내구성과 성능을 점검할 방침이다.


지난 4~5월 1~7차 시험에선 불과 1~5초만 작업을 진행했고, 8차에선 30초까지 연소를 시도하다 이번에 75초로 대폭 연소시간을 늘렸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성능시험 초반에 엔진에서 진동과 같은 불안정성이 발생해 연구진이 고민을 했던 것으로 안다”며 “이번에 진동 문제를 해결해 로켓엔진 개발의 큰 산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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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용 고출력 로켓의 연소실 내부는 최대 섭씨 3,000도대의 고온과 수십~수백기압에 이르는 고압 속에서 가스가 고속으로 분출되는 탓에 다양한 주파수 진동이 발생한다. 해당 주파수가 우연히 연료공급장치 등의 고유한 진동수와 같게 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엔진 파괴 사고가 날 수도 있는데 이를 극복한 것이다. 한국형 발사체는 3단 로켓으로 구성되며 이중 가장 밑의 1단 로켓에는 8일 연소시험에 성공한 75톤급 액체엔진 4개를 묶은 클러스터 엔진이 장착된다. 2단에도 75톤급 액체로켓 1개가 장착되며 가장 윗층은 3단에는 7톤급 추력의 액체로켓이 달린다.

조광래 항우연 원장은 “엔진의 97%까지 국산화했다”며 “과거 러시아가 ‘RD-180’로켓엔진을 개발해 미국에 10억 달러 수출계약을 맺기도 했는데 우리도 이번에 한국형 발사체를 쓸모 있게 잘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항우연의 또 다른 관계자는 “소유즈는 한국형발사체처럼 75톤 추력 로켓이지만 발사 성공률이 높아 첫 개발후 반세기가 넘는 지금도 사용되는 베스트셀러”라며 “한국형 발사체도 더 가볍고 효율적으로 만들고 품질의 안정성을 인정 받는다면 충분히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의 민간우주항공업체 스페이스X도 소유즈와 비슷한 체급의 최대 80톤대 추력의 로켓인 ‘멀린’을 사용하기로 하는 등 세계 우주산업은 상업성이 있고 품질 신뢰도가 높은 로켓개발로 중심 축이 이동하고 있다.

한편 달 탐사용 한국형 발사체 개발작업이 순항하면서 앞으로 화성 탐사도 가능할지 주목된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NASA)은 1964년 마리너3~4호부터 지난 2013년 메이븐호 발사에 이르기까지 총 15차례의 화성 탐사를 추진했다. 이중 마리너3~4호 발사시 사용된 ‘아틀라스-아제나’ 발사체는 추력이 30.4톤이어서 한국형 발사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추력이 작아 지구 중력권 밖으로 보낼 수 있는 탑재물(페이로드)의 무게도 261㎏에 불과했다. 이 정도로는 1톤에 육박하는 고성능 탐사선을 쏘아 올리기 어렵다. 나사가 2011년 발사한 화성탐사로봇 큐리오시티만 해도 자체 무게가 899㎏에 달했다. 그때 사용된 2단 분리형 발사체인 ‘아틀라스Ⅴ-541’의 1단 로켓에는 약 386톤 추력의 아틀라스Ⅴ액체로켓 1개와 139톤 추력의 보조용 고체로켓 4개가 장착돼 순간 최대 942톤까지 추력을 낼 수 있었다.

한국도 발사체 엔진을 꽃다발처럼 여러 개 묶는 ‘클러스터형 엔진’을 쓴다면 화성탐사를 시도할 수도 있다. 탁민제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한국형발사체 엔진을 8개 정도 묶으면 화성 탐사선을 쏠 수 있는 추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2020년 달 탐사용 한국형발사체의 1단 로켓에는 75톤 엔진 4개를 묶어 사용한다. 다만 항우연 관계자는 “유인탐사를 하려면 우주인 훈련, 유인 우주선 개발에 수 조원의 예산이 들어갈 수 있다”며 “독자적인 유인 탐사보다 국제공동사업으로 추진하는 게 현실적이다”고 말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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