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기준금리 전격 인하] "한시라도 빨리…" 은행 이르면 10일 수신금리 내린다

순이자마진 대폭 하락 불가피

정기예금 0.2%P안팎 낮출듯

적금 금리는 추후 인하 검토

보험사·카드사 등 2금융권도

수익성 다시 악화로 고민 커져

금융금융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가운데 은행권은 일제히 수신금리 인하 작업에 들어갔다. 일부 은행은 10일 수신금리를 인하할 계획이다. 최근 순이자마진이 다소 개선되고 있던 상황에서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다시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한시라도 빨리 수신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판단이다.

보험사와 카드사 등 2금융권도 시름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보험사는 자산운용 수익률 추가 하락을, 카드 업계는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인하한 9일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수익성이 어느 정도 좋아지는 추세였는데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은행은 이날 금통위 발표 직후 긴급 임원 회의를 열었다. 해당 임원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예정에 없던 회의였다”며 “회의 결과를 토대로 수신금리 인하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대부분 은행들이 예·적금 상품과 같은 수신금리 인하 작업에 착수했다. 몇몇 은행은 이르면 10일께 금리 인하를 발표할 예정이며 늦어도 다음주에는 대부분 은행이 수신금리를 인하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정기예금을 기준으로 금리 인하폭을 0.2%포인트 내외로 잡고 있으며 여타 은행의 움직임을 보고 인하폭을 결정하겠다는 은행도 있다. 시중은행 개인 고객 담당자는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금리 10bp(1bp=0.01%) 차이에도 고객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인하폭을 정하기 쉽지 않다”며 “그나마 상품 구조가 단순한 정기예금 금리를 우선 인하하고 적금 금리는 추후 인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로서는 무엇보다 순이자마진(NIM)의 대폭 하락 및 당기순익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부분 은행들은 올 1·4분기 순이자마진이 직전 분기보다 0.01~0.04%포인트가량 개선됐다. 저원가성예금이 늘어난데다 비교적 낮은 금리를 줘도 되는 단기 예금이 증가한 영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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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준금리가 떨어지면서 대출금리 인하도 불가피해져 순이자마진은 다시 줄어들게 됐다.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은행들은 특히 가계 대출시 코픽스(COFIX)를 기준금리로 삼아 가산금리를 얹어 대출금리를 결정하는데 지금과 같이 금리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는 가산금리에 손을 대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따라서 은행들은 최근 자동화입출금기(ATM) 수수료 및 송금 수수료 등을 인상하며 수익 보전을 꾀하고 있지만 전체 은행 순익 중 수수료 비중은 10% 내외에 불과한데다 이 또한 기업금융 관련 수익 비중이 더 높아 수익 개선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보험 및 카드사 등 2금융권 수익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과거 확정금리 상품을 대거 판 후유증으로 최근까지도 역마진을 감수하고 있는 생명보험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생보사들은 자산운용 수익률이 지난 1·4분기 들어 사상 처음으로 3%대까지 떨어진데다 투자금융(IB)이나 대출채권 확대와 같은 대체 투자 상품 비중을 늘리기에도 리스크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지난해 저금리에 따른 수익 보전을 위해 채권을 대거 매각한 몇몇 보험사들로서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더욱 뼈아픈 모습이다. 손보사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카드사들도 수익성 악화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카드사의 경우 시중금리 인하가 자금조달 측면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당장 기준금리 인하로 자금조달 비용이 떨어지지는 않지만 수개월 후에 비용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카드사는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기준금리 인하로 중금리 대출 시장의 경쟁 상대인 저축은행 등이 대출금리를 낮추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다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개선 등을 위해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의 대출금리는 조달금리와 연계돼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상당한 시차가 발생하는 구조”라며 “하지만 금융 당국이 저금리 기조에 맞추라고 카드사를 압박해올 가능성이 있어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감소 우려가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양철민·정영현·강동효기자 chopin@sedaily.com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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