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자택 압수수색은 그가 북미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최근 화학사업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신 회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롯데케미칼 미국 공장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 중이다.
‘잔칫날’을 앞두고 검찰의 전방위 압수수색으로 그룹 전체가 위기에 놓이게 됐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이날 긴급성명을 내고 한일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에 경영정상화를 위한 긴급 협의장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 또 한 번의 형제간 경영권 다툼을 예고했다.
1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대한스키협회장 자격으로 멕시코 출장을 떠난 상태다. 현지에서 압수수색과 관련된 보고를 받은 그는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은 멕시코를 거쳐 다음주 미국 루이지애나주(州)에서 진행되는 롯데케미칼 에탄크래커(ECC) 공장 기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규모로 건설되는 이 공장은 롯데케미칼의 향후 먹거리를 담당하게 될 곳이다.
이를 위해 신 회장을 비롯해 허영수 롯데케미칼 사장, 소진세 롯데그룹 대외협력단장(사장)이 함께 출장길에 올랐다. 당초 신 회장은 다음주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뒤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사안에 따라 조기 귀국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압수수색 전날인 지난 9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고열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롯데 등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이날 밤새 해열 치료 등을 받고 지금은 상태가 호전됐다. 비자금 의혹으로 검찰이 칼을 겨눈 제2롯데월드는 신 총괄회장의 평생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롯데 측은 “병상에서 회복 중인 상황이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고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생과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신 전 부회장은 8일 밤 급거 입국해 신 총괄회장의 서울대병원 입원에 동행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 긴장감 속에 사태를 예의 주시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롯데 경영정상화를 위한 모임’ 홈페이지를 통해 “롯데의 신뢰와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심각한 사태로 인식하고 있다”며 “(롯데홀딩스가) 이번 사태의 전모를 해명하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