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나 해외 유명 배우들이 자가용 비행기나 전세기 같은 비즈니스 항공기를 탈 때 이용하는 전용 여객터미널이 오는 16일 국내 최초로 김포공항에 문을 연다. 최소 3시간 전에만 알리면 사용할 수 있고 출입국 수속도 3분 안에 가능해 앞으로 해외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김포공항 국제선 옆에 자리한 비즈니스항공센터(BAC)가 다음주부터 본격 운영된다. BAC는 2,983㎡ 규모의 비즈니스 항공기 전용 터미널과 2만3,694㎡ 규모 격납고 등을 갖추고 있다.
터미널에는 검역·출입국·세관(CIQ) 시설과 VIP룸, 여객 편의공간 등이 들어선다. 격납고에서는 경정비와 급유가 이뤄지며 대형 항공기(보잉 737기 등 C급) 4대를 수용할 수 있다. 공항공사는 BAC를 짓기 위해 450억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했다.
현재 비즈니스 항공기를 타더라도 일반 여객터미널에서 수속을 밟아야 해 20분 이상 걸리던 출입국 절차가 BAC에서는 2~3분 만에 원스톱으로 처리된다. 신분 노출을 꺼리는 외국인투자자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유명 인사 입장에서는 사생활도 보장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을 방문했던 해외 유명 배우나 중동의 거부 등은 전용 출입국 시설이 없어 불편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미 세계적 거점 공항의 대부분은 전용지원센터를 운용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만 해도 중국·일본·홍콩·싱가포르·베트남 등이 갖추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는 한국을 포함해 단 4곳만이 없다.
김포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비즈니스 항공기는 지난 2014년 기준 1,100회(국내 302편, 외국 811편)가량에서 2020년 1,500회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수요도 충분하다. 실제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 톰 크루즈 등이 개인 전용기를 타고 방한했다.
항공기제작사 봄바디어에 따르면 전 세계에 등록된 비즈니스 항공기는 2013년 기준 1만5,000대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와 LG·SK 등 5개 기업에서 8대의 비즈니스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공항공사 입장에서는 틈새시장에서 수익성 확보도 가능해진다. 전용 터미널 이용료, 격납고 이용료뿐 아니라 정비수익 등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부 지역 주민들이 소음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는 터라 공항공사는 국내에서 처음 생기는 전용 터미널임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문을 열기로 했다. 국토부에서는 영향평가 당사의 수용력 등을 감안했을 때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BAC는 특정 계층만이 아니라 비즈니스나 국제행사 등을 위해 비즈니스항공기를 이용하는 모든 내·외국인을 위한 시설”이라며 “국격 제고와 같은 공익적 기능뿐 아니라 항공산업과 국가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