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스포츠 브랜드들이 극소량으로 내놓는 고가의 한정판 운동화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면서 그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매장 앞에 며칠씩 밤을 새며 길게 줄을 서는 소비자들로 인해 주변 상인들의 항의가 거세지는 것은 물론 운동화를 구매하지 못한 고객들이 판매 절차의 불공정성을 제기하는 등 한정판 마케팅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브랜드들은 최근 ‘무작위 추첨’ 방식까지 도입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아디다스는 지난 11일 힙합 가수 카니예 웨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 한정판 운동화 ‘이지부스트750’(사진)을 출시하면서 판매 방식을 선착순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바꿨다. 앞서 아디다스는 판매 일주일을 앞둔 지난 6일에야 7일 오전 9시부터 8일 오후 5시까지 온라인으로 응모하면 무작위 추첨을 통해 구매자를 확정한다고 기습 공지했다. 당첨이 되더라도 11일 오전 11시부터 12일 오후 9시까지 구매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취소된다.
이지부스트는 지난해 3월 국내에 첫 출고된 제품으로 당시에는 매장에서 선착순으로 판매했다. 이지부스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소비자들이 매장 앞에서 며칠씩 진을 치고 기다리자 지난해 말에는 이를 번호표 발부 방식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번호표 발부 날짜를 미리 공지하면 이 번호표를 받기 위해 또 며칠씩 줄을 서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페이스북에 불시에 번호표 발부 내용을 공지해 번호표를 나눠주고 번호표를 가진 사람도 당일에만 매장에서 순서대로 입장시켰지만 이 역시 구매를 못하거나 번호표를 받지 못한 일부 소비자들의 강력한 발발에 부딪히자 결국 추첨 방식을 택한 것이다.
나이키 역시 지난해 말 ‘더 드로우’라는 이름으로 한정판 제품의 무작위 추첨 판매를 시작했다. 나이키는 더 드로우를 도입하면서 14세 이상 한국 거주자만 가능하다는 참가 제한과 분쟁처리 절차까지 약관에 명시하는 등 철저한 규칙까지 마련했다.
이처럼 한정판 운동화의 인기가 뜨거운 이유는 제품 자체를 원하는 마니아층도 있지만 한정판을 구매한 후 높은 가격에 다시 팔려는 리셀러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30~40만원대 출시되는 한정판 운동화는 온라인에서 다시 팔 경우 2~3배까지도 가격이 치솟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