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그룹 계열사 간 일감 주고받기, 오너 일가의 부동산 거래 등 ‘내부 거래’를 정조준하고 있다.
롯데는 대기업 그룹 가운데서도 내부 거래 비중이 특히 높은 기업이다. 이미 이러한 거래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나 오너 일가에 특혜를 몰아주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내부 거래가 ‘비리 화약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수상한 내부 거래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계열사는 롯데정보통신·대홍기획·롯데피에스넷 등이다. 롯데정보통신은 전산 시스템 운영·관리, 유지·보수 등 정보기술(IT)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지난해 말 기준 내부 거래 비중이 무려 86.7%에 이른다. 특히 롯데 계열사와의 거래에서는 상당수를 수의 계약으로 진행하는 탓에 자금 흐름이 베일에 싸여 있다.
검찰은 최근 압수수색 등에서 롯데정보통신을 통해 부외자금(비자금 등 장부외 자금)이 형성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롯데정보통신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소유한 몇 안 되는 계열사라는 점에 주목하고 수상한 자금 흐름과 경영진의 연관성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
전자금융 서비스 업무를 하는 롯데피에스넷은 현금인출기(ATM) 구매 사업 과정에서 롯데알미늄을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08년 ATM 기기를 한 중소기업으로부터 납품 받으면서 롯데알미늄에 먼저 팔게 한 뒤 웃돈을 얹어 되샀다는 것이다. 롯데알미늄은 이러한 내부 거래로 40억여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업체 대홍기획 역시 롯데쇼핑 등과의 거래 과정에서 부외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오너 일가를 둘러싼 수상한 부동산 거래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갖고 있던 오산시 일대 10만㎡ 토지를 2007년 롯데쇼핑이 매입하면서 당초 매입 추진 가격보다 300억여원 비싸게 사들였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호텔롯데가 제주와 충남 부여 등의 리조트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총수 일가에 이익을 몰아줬는지 여부도 수사 대상 가운데 하나다.
법조계에서는 롯데가 복잡한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 계열사끼리 비밀스러운 카르텔을 유지해온 것이 부당한 내부 거래를 키운 주요 원인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는 대기업 집단 순환출자 94개 중 71.3%인 67개를 보유하고 있다. 내부 지분율 역시 85.6%로 롯데를 제외한 9대 대기업 그룹(53%)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롯데그룹 수사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내부 소유·거래 구조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여러 비리 단서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