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 마지노선 깨지면 미련없이 후퇴

KAIST 경영대학 교수

<22> 사업 철수도 전략이다

'버티기' 능사 아냐…빚규모 등 고려 결단을

실패 요인 냉철히 분석해 재기 발판 삼아야





“조금만 더 버티면 될 것 같은데 돈이 없어서….”


창업 기업의 실패 가능성이 성공 가능성보다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자들 모두 자신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창업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쉽게도 때가 되면 보유현금이 바닥나는 스타트업이 나오게 된다. 조금만 더 버티면 기회가 올 것 같은데 당장 돌아오는 급여일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갑자기 매출이 늘지는 않을 것이고 돈을 구하지 않고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그동안 창업자는 정책자금과 투자금을 확보해 지출했을 것이다. 금융권으로부터 차입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래도 부족하면 지인들에게 부탁하고 조금 더 나가면 사채를 얻었을 것이다.

그래도 상황이 개선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금융권 부채는 회사가 빌렸더라도 대부분 대표이사 연대보증이 돼 있을 것이다. 갚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된다. 납부해야 할 부가가치세는 이미 써버렸을 것이다. 국세 체납자가 된다. 돈을 빌린 지인들의 연락을 피하게 될 것이다. 사채를 빌렸으면 상환 독촉이 시작될 것이다. 급여가 밀릴 것이고 그만둔 직원의 퇴직금이 미지급되면 지방노동청에 고발당할 것이다. 이런 일련의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상황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현재의 부채가 향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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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시 자산과 상계처리하거나 사업을 매각할 수 있는지 모두 고려해 부채 수준을 살핀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부채를 늘리지 말아야 한다.

둘째, 사업의 마지노선을 정해놓아야 한다.

기한을 정해놓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전략을 실행하기로 한다. 그러고도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철수하는 것이다. 후회하지 않을 정도까지 해보자.

셋째,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해보자.

부채를 조달하는 것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상의해보라. 극단적으로는 전 직원 무급을 선언해보라. 물론 향후 충분한 보상을 약속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냉정히 판단할 것이다. 비전이 있으면 남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움직일 것이다. 그들이 모두 나간다고 야속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현실을 직시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준 것에 감사해야 한다.

때때로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 성공의 문턱에서 포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자신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말로 성공이 눈앞에 있는데 사업을 정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운(運)’의 영역이다. 운의 시점이 조금 안 맞았다고 생각하자. 인생은 길다. 모든 미래를 지금 다 걸 필요는 없다. 이번 사업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냉철히 분석하고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 철수도 전략이다. /sungjucho@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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