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닮은 꼴 존 리·홍만표

닮은꼴 존 리·홍만표

#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 그는 대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최고경영자(CEO)였다. 한 취업 포털이 전국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가장 닮고 싶은 CEO’ 설문조사에서 최근 2년 연속(2014·2015년) 외국계 부문에서 1위에 선정됐을 정도다. 리 사장의 이력을 보면 대학생들이 왜 그를 롤 모델로 삼고 싶어하는지 이해가 간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미국 칼턴칼리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사회에 나와 쌓은 경력은 화려하다. 1994년부터 10년 동안 미국 가정용품사인 클로락스의 한국 대표를 지내고 2005년부터 2010년까지는 옥시레킷벤키저를 이끌었다. 이후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의 중국지사 마케팅·사업운영 총괄역을 거쳐 2013년 11월 구글코리아 대표로 전격 선임됐다. 특히 지난해 ‘구글 캠퍼스’를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 설립하고 활발한 스타트업 지원 활동을 펼쳐 재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4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그처럼 눈에 띄는 이력을 가진 외국계 CEO는 드물다.


지난달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리 사장이 서울 검찰청사에 나타났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서다. 그는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피해자와 가족들께 애도를 표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리가 옥시 CEO로 있던 시기는 살균제 판매가 가장 많았던 때다. 당시 가슴 통증, 호흡곤란 등 제품 부작용을 호소하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제품 회수나 판매 중단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가 받고 있는 혐의다. 이달 7일 한 차례 더 검찰에 소환되더니 15일 구속영장이 청구돼 사법 처리될 위기에 처했다. 불과 1년 사이 존경받는 외국계 CEO에서 ‘살인 기업’의 전 대표로 전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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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만표 변호사. 홍 변호사는 검사로의 경력만 보면 후배들이 존경하고 부러워할 법하다.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1991년 부산지검 울산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후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서울지검 특수부에서 탄탄한 경력을 쌓은 뒤 특수통의 ‘사관학교’로 불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기획과장·중수2과장 등을 맡았다. 이어 중수부의 ‘입’이라는 수사기획관을 거쳐 ‘검찰의 꽃’인 검사장까지 올랐다.

특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관련된 한보 비리, 진승현 게이트,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의혹 등 굵직굵직한 사건에 참여했다. 1990년대 중반 이래 검찰 특수부가 담당한 주요 사건을 두루 섭렵한 것이다. 그 덕분인지 현직 시절 ‘사법연수원 17기 특수통 트로이카’로 불렸다. “특수부 검사로 대단히 훌륭한 분으로 후배 검사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았다”는 말이 검찰 주변에서 나올 만큼 특출난 존재감을 갖고 있다.

리 사장의 첫 검찰 출석이 있은 지 딱 나흘 뒤인 5월27일. 홍 변호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왔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에 관련된 혐의 때문이다. 자신이 일한 친정에서 조사를 받는 심경에 대해 “참담하다”며 착잡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결국 조세포탈 등의 혐의가 인정돼 2일 구속됐다. 자신을 변호할 수 있는 기회(영장실질심사)조차 스스로 포기했으니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닮은꼴이다. 세상 사람이 시샘할 정도로 잘나가던 화려한 삶의 궤적이 우선 그렇다. 국민의 공분을 산 사건에 연루돼 비슷한 시기에 나락으로 떨어진 것도 공교롭다. 무엇보다 사회적 책임, 남에 대한 배려는 외면한 채 개인의 영달만 좇다가는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는 교훈을 똑같이 남겼다./shim@sedaily.com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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