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추경 카드 띄운 유일호, 목적부터 분명히 해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을 흘렸다. 유 경제부총리는 14일 한은 금리 인하와 관련해 “폴리시믹스(정책조합)로 가야 한다”고 지적한 뒤 “충분한 재정보강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재정과 관련해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데 마이너스가 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달까지만 해도 “아직 추경을 논할 때가 아니다”라며 완강한 입장을 고수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다. 추경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것도 당연하다.


추경의 필요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기업 구조조정 쇼크로 조선 관련 하청·협력업체들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힘 없고 백 없는 임시직·일용직 노동자나 협력업체 직원 수만명에게는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국가재정법 38조에도 추경의 요건으로 대량실업을 적시해놓았다. 문제는 약발이다. 28조원이나 쏟아부었던 2009년도, 17조원이 투입된 2013년도 반짝 효과에 그쳤다. 지난해 역시 11조 원 넘게 들어갔지만 성장률은 고작 2.6%였다. 추경이 원래 목적대로 쓰이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에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와 가뭄 대응을 위해 편성됐지만 철도 복선화, 민자고속도로 토지 매입비 등으로 예산이 새나갔다. 효과는 없이 국민 부담만 잔뜩 늘린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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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추경이라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럼에도 꼭 해야 한다면 전제가 필요하다. 추경 목표를 명확히 하고 대상과 기준을 세분화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구조조정 충격 완화라는 두리뭉실한 표현 대신 중소 협력업체 실업대책, 수주지원같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예전처럼 효과는 없고 재정 건전성만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추경이 불가피하더라도 그 요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보완하고 당초 의도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집행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2년 전 경고는 지금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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