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롯데 전방위 수사] "잘아는 화학·M&A 통해 그룹 키우겠다" 신동빈의 꿈 부메랑으로

수사 초점으로 떠오른 롯데케미칼·M&A

직접 챙겼던 케미칼, 원료 수입때 비자금 통로 의혹

진두지휘 M&A때도 피인수회사 가치 부풀린듯

롯데케미칼 "별도 자금 조성한적 없다" 전면 반박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004년 10월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의 수장을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선 뒤 롯데에는 두 가지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우선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보수적이던 경영문화가 달라졌다. 신동빈 회장은 정책본부장 취임 이후 불과 11년 동안 14조원을 쏟아부어 36개의 기업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했다.


화학 사업이 유통과 더불어 그룹의 양대 주력사업으로 떠오른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롯데의 대표 화학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은 2003년 현대석유화학 인수(6,000억원)를 시작으로 KP케미칼(1,785억원), 말레이시아 타이탄(1조5,000억원), 삼성 화학계열 3개사(3조원) 등을 차례로 집어삼키며 그룹의 중추로 급부상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이 보인 과감한 행보와 그의 ‘꿈’은 그가 ‘잘 아는 분야’에서 이뤄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그는 1981년 일본 노무라증권에 입사해 1988년까지 런던지점에 근무하면서 선진 금융기법을 활용한 M&A에 누구보다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오너 3세에 이르러 서구식 경영기법을 본격적으로 회사 운영에 적용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미 한 세대 이상 앞선 셈이다. 화학 분야 역시 신동빈 회장의 ‘전공 분야’로 꼽힌다.



그는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상무로 입사해 그룹 경영에 본격 참여했고 이후 그룹 전반을 책임진 뒤에도 틈날 때마다 국내외 공장을 직접 챙길 정도로 화학 분야에 각별한 애정을 보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서 성과를 내 후계자 자리를 공고히 하려는 욕심이 당연히 있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자신이 직접 주도한 분야에서 비자금 조성과 같은 의혹이 생겨 장차 책임 소재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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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검찰의 1차 압수수색에서 칼끝을 피해갔던 롯데케미칼이 추가 조사 과정에서 해외 비자금 조성의 통로로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해외에서 원재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굳이 필요 없는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통행세’를 쥐어주고 이 통행세가 일본 계열사 등으로 흘러들어가 비자금 조성에 활용된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이 자회사인 말레이시아 타이탄과 파키스탄법인 등을 통해 사들인 원재료는 지난해 기준 6조원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은 과거 롯데상사를 중간에 둬 원재료 매입 등을 맡겼으나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가 논란이 되자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주요 원재료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페이퍼컴퍼니가 중간에서 1%씩만 통행세를 걷어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게 화학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동빈 회장이 주도한 M&A 과정에서 피인수회사의 가치를 과도하게 높게 책정해 비자금 마련의 창구로 사용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2010년 조세회피지역인 케이맨제도에 페이퍼컴퍼니인 ‘LHSC’를 세워 롯데쇼핑 등으로부터 출자받은 뒤 중국 홈쇼핑 업체인 ‘럭키파이’를 1,900억원에 인수한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럭키파이 인수 실패를 비롯해 중국 사업에서 1조원 넘는 손실을 봤다”고 주장해 결과적으로 경영권 분쟁의 발단이 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직접 키운 롯데케미칼과 그가 주도한 M&A가 처음부터 비자금 조성과 같은 유혹에 노출돼 있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일 롯데의 핵심기업인 일본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종업원지주회 등을 설득해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을 누르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밑바닥까지 그 구조를 샅샅이 아는 사업들이 자금조달의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이날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전면 반박했다. 이 회사는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원료 공급선으로 거론되고 있는 A사는 롯데에 연간 최대 1,060억원 규모의 에틸렌을 공급한 회사로 이 과정에서 200억~30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형성할 수 없다”며 “원료 구입 과정에서 별도 자금을 조성하라는 그룹 차원의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가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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