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는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5% 이상의 성장세가 예상되는 ‘기회의 땅’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순방했던 동아프리카 지역은 아프리카에서 정치·경제적으로 가장 안정된 곳으로 향후 아프리카의 성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제신문은 한국무역협회와 공동으로 ‘아프리카 순방 경제사절단 파견 성과 확대를 위한 에티오피아 및 동아프리카 진출’을 주제로 최근 지상좌담회를 가졌다. 김정관 무역협회 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 간담회에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및 프랑스 순방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가한 중소·중견기업인들이 참여해 순방 효과와 의의·전망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좌담에 참가한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안생열 우광테크 사장, 김향원 네오탑 회장은 한목소리로 “이번 사절단 참가를 통해 아프리카 진출이 크게 탄력을 받았다”며 아프리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한국의 외교적·경제적 영향력이 확대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으로 정부와 기업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이어진다면 이번 순방이 아프리카 시장 진출의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관 부회장=이번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는 기관을 제외한 참가기업 중 82%가 중소·중견기업으로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이들 기업의 관심이 특히 뜨거웠다. 어떤 계기로 이번 사절단에 참가했고 경제사절단 참가를 통해 어떤 성과를 얻었는지 궁금하다.
△성기학 회장=이번 사절단 참가를 통해 영원무역은 아디스아바바 인근 볼레레미 1공단내 11,000㎡ 규모의 1개 공장 동을 임차하고, 볼레레미2공단 인근 60헥타르와 아다마(Adama)지역에 200헥타르(60만평) 규모의 부지를 에티오피아 정부로부터 제공받기로 했다. 영원무역은 지난 1974년 설립된 의류생산 회사로 해외 40여개의 유명 아웃도어 및 스포츠 브랜드 바이어로부터 주문을 받아 의류·가방·신발 등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 및 수출하고 있다. 또한 사절단 참가로 한국섬유산업연합회·영원무역과 에티오피아투자위원회(EIC) 간 양해각서(MOU)가 체결돼 EIC에서 한국 섬유기업들의 투자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섬유산업의 에티오피아 투자 활성화 계기가 마련됐다고 본다.
△안생열 사장=전기에너지 관리기업인 우광테크는 2년 전부터 에티오피아 전력시장 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파일럿 제품 설치 승인 후 시범운영하고 있던 중 사절단에 참여하게 됐다. 이번 사절단을 통해 만나기 힘들었던 에디오피아전력청(EEU)과 만나 변압기 무선부하 감시 시스템 도입에 대한 세부적인 협의를 진행했다. 에티오피아전력청장이 직접 MOU에 서명하며 신기술 도입을 통한 전력품질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일차적으로는 아디스아바바 전체에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김향원 회장=네오탑은 의료기기와 건강 관련 제품 제조 및 수출입 전문회사다. 아프리카는 폐주삿바늘이 마구 버려지거나 재사용돼 병원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상태로 수요가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2년 전부터 아디스아바바시 산하 중소 병원·보건소에 사용할 주삿바늘 처리기 예산(1,000대)을 확보하고 정부입찰을 진행하던 시점에 사절단에 참여하게 됐다. 이번 한국·에티오피아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현지 정부와 에이전트의 신뢰를 얻어 8,000대의 처리기를 공급하는 추가 MOU를 체결할 수 있었다.
△김 부회장=참가해주신 기업인들이 많은 성과를 거뒀다는 말씀을 직접 들으니 현지에서 경제인 행사를 주관한 기관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하다. 이번에는 대통령 아프리카 순방의 의미에 대해 한번 얘기해봤으면 한다.
△안 사장=정부가 특히 중소기업에 참가기회를 넓혀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소기업 여건상 잠재 바이어 발굴 및 상담이 상당히 어려워 해외시장 진입에 애로가 많다. 이번에는 공식 경제사절단으로 방문해 중소기업들의 대외공신력을 제고시켰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현지 바이어와의 상담 시 신뢰감을 줄 수 있어 계약 과정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앞으로도 중소기업들에 이런 기회가 확대되기를 바란다.
△김 회장=이 사장님 말씀에 동의한다. 이번 대통령 방문은 특히 신시장인 아프리카 진출에 좋은 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아프리카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한국의 외교적·경제적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해나갔다는 점을 의미 있게 평가한다
△김 부회장=이번 순방 지역인 동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 3국은 발전 가능성이 높아 아프리카의 성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이다. 우리 기업들이 생각하는 동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성장 전망 및 시장으로서의 중요성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성 회장=동아프리카 지역은 대체로 인건비가 저렴하고 정부의 경제발전 의지가 높은 편이다. 에티오피아·케냐 정부는 섬유·의류 등 경공업을 중심으로 수출 가공공단을 개발하고 외국기업 투자유치를 통해 산업근대화를 촉진하는 경제개발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게다가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2위의 인구 대국으로 향후 경제성장에 따른 내수시장 성장잠재력이 높은 지역이다.
△김 회장=동아프리카는 소말리아와 수단을 제외하고 아프리카대륙에서 정치환경이 가장 안정적이고 경제성장률도 견조하다. 동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역적 연맹이 잘 이뤄져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한다면 한국이 전체 아프리카대륙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로서 역할이 가능하다고 본다.
△김 부회장=1억명의 인구를 자랑하고 연간 10%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에티오피아는 우리 수출기업들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시장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한국과 에티오피아 간에 유망한 협력 분야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성 회장=한·에티오피아 간 산업 협력 분야로는 섬유 및 의류·가방·신발 등 주요 경공업 임가공 투자가 가장 유망하며, 특히 의류완제품 중심의 투자가 확대되면서 이후에는 원사·원단·염색가공 등 섬유소재 분야의 협력과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최근 에티오피아의 전력사정이 안정되면서 이를 활용한 제조기업들의 진출이 확대될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봉제·의료·신재생에너지·환경·기초중화학공업 등이 유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사장=현지에서 전력과 도로 같은 인프라 개발에 대한 수요가 강하다. 기간산업뿐 아니라 소비재 분야에서도 시장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소비재 산업들이 각국의 투자를 통해 진입되고 있으며 호텔과 레저 등의 서비스 산업 진출도 유망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리=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자금조달이 阿사업 관건…정부지원 절실”
“자금조달은 중소기업이 해외진출 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과정으로 정부의 지원이 가장 절실한 분야입니다.” (안생열 우광테크 사장)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 참석한 중소·중견기업 대표들은 동아프리카 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자금마련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생열 우광테크 사장은 “아프리카에서는 미리 자금이 준비된 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순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금조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은 국가 신인도가 낮아 일반 시중은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소액의 투자금액도 금융기관 측에서 차관 형태로 진행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향원 네오탑 회장도 “에티오피아의 경우 진행해야 할 프로젝트는 많지만 예산이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등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늘려 한국 기업이 공격적인 사업 전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이어 “에티오피아의 대규모 프로젝트들은 정부가 주도하기 때문에 민간기업 선에서 네트워크 형성에 한계가 있는데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라도 정부 및 유관기관이 적극 지원해 한국 정부가 뒤에 있다는 믿음을 상대국에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기업이나 단체들이 현지에 학교 설립을 하면 안정적인 인력 확보와 국가 이미지 제고로 우리 기업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인프라 개선을 강조했다. 아프리카 현지는 잦은 단전으로 현지 생산 및 투자활동에 애로가 많다. 성 회장은 “우리나라 기업이 현지에서 전기 배전망 관리와 전력공급 서비스 분야에 진출해 안정적인 생산 인프라가 조성된다면 우리 기업의 진출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