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산은 혁신 전에 ‘들러리 국책銀’ 오명부터 벗어라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의 총체적 부실을 방조한 책임을 물어 KDB산업은행에 대한 대수술에 나설 모양이다.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달부터 두 달간 산업은행에 대한 심층진단을 실시한 후 9월 대대적인 개편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구조조정 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화하되 조직 슬림화와 감원, 자회사에 대한 낙하산 금지 등을 추진한다는 게 골자다. 7조원을 쏟아붓고도 거덜 난 대우조선의 관리·감독 부실 책임은 물론 이 기회에 방만경영의 폐해까지 싹 도려내겠다는 것이 당국의 복안인 듯싶다.


물론 개편안이 등장한 데는 산은의 책임이 크다. 대우조선 사태에서 보듯이 자회사에 낙하산을 내려보내 자리를 꿰차는 데 급급할 뿐 관리·감독은 뒷전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산은만 뜯어고치면 모든 게 정상이 될까. 2008년 이후 대우조선 사외이사 18명 중 12명이 정피아 또는 관피아였다. 산은이 지시해도 대우조선에서 꿈쩍하지 않았던 이유다. 산은이라고 다를까. 홍기택 전 회장이나 이동걸 현 회장 모두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실질적인 결정권이 주어진 것도 아니다. 그저 서별관회의나 금융당국이 이미 내린 결론을 그대로 실행했을 뿐이다. 산은 방만경영의 뿌리가 저 깊은 곳까지 뻗어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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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 걸렸는데 진통제만 투여한다고 병이 낫지는 않는다. 정책금융의 대부인 산은을 지금처럼 망가뜨린 주범을 찾아야 한다. 전문성도 책임감도 없는 인사를 누가 낙하산으로 내려보냈는지, 수년 전부터 지적돼온 기업 구조조정을 이제서야 시작하게 된 이유가 뭔지, 또 누가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철저히 파헤치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혁신안을 백번 내놓아봤자 말짱 도루묵이다.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인사와 정책 결정으로 그러잖아도 불경기에 허리를 졸라매고 있는 국민들이 12조원 이상의 부담을 더 짊어지게 됐는데 적어도 그 정도 성의는 마땅히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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