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날이 후텁지근해지면서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시는 분들이 부쩍 많아진 것 같습니다.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어디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시면서도 ‘아이와 함께 떠나도 좋은 곳은 어디일까’라는 고민을 떨쳐버릴 수 없으실텐데요. 제가 생후 7개월이었던 아이와 함께 떠났던 해외여행 경험을 되짚어 보면서 여행지와 숙소 선택 등에 간단한 팁을 드리고자 합니다. 떠나고자 하는 곳이 국내든 해외든, 숙소와 여행 코스를 짜는 일은 비슷하기 때문에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아이와 함께 길을 나서는 일은 꼼꼼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국내도 아닌 해외로 떠날 경우에는 우스갯소리로 ‘아이 짐이 이삿짐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 제법 많은데요. 짐을 꾸릴 때는 아이의 평소 행동반경을 따져보면서 꼭 필요한 용품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은 여행지역을 정하고, 숙소를 잡는 일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다만 이 글은 돌 전 아기를 둔 부모를 위해 작성된 글이니만큼 아이 나이가 만 24개월 이상인 경우에는 적합한 내용이 아닐 수 있습니다. 두 번에 걸쳐 연재될 이번 편에서는 여행지와 숙소, 여행코스를 정하는 내용을 먼저 전하고 다음 편에서는 아기 맞춤형 짐 꾸리기와 비상상황에 대응하는 법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1. 여행지·숙소 정하기
돌 이전 아이는 식사 혹은 수유 텀에 맞춰 짧게 잠을 잡니다. 모든 부모가 원하는 여행 동선은 아이가 자는 시간에 이동을 하고,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아이가 ‘짠’하고 일어나는 일이겠지요. 그런 면에서 만약 해외로 떠나시기로 결정했다면, 대륙의 끝에서 사는 한국인은 어린 아이가 감내할 수 있는 비행시간 내에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습니다. 멀리 떠나도 괌, 사이판, 대만(4시간 가량) 정도가 한계선일 것입니다. 물론 돌 이전 아이를 데리고 직항으로 8~9시간 가까이 걸리는 유럽으로 떠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제 주변 유경험자들은 대개 “지옥 같은 비행시간이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아이도 부모도 힘든 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겠지요.
아무튼 비행시간 1~4시간 이내의 곳에서 추려본 가족 여행지는 1)일본 2)중화권 3)괌, 사이판 정도였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 중에서도 휴양지의 느낌이 나면서도 아이가 열이 나거나 갑자기 아팠을 때 의료지원을 받기 편리한 곳,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곳, 비용 등을 고려해서 일본 오키나와를 아이의 첫 해외여행지로 골랐습니다.
오키나와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만 일본 혼슈와는 달리 휴양지 느낌이 강하고, 한국어가 가능한 병원(소아과)이 있으며 유모차로 이동이 편리한 곳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실제로도 많은 부모들이 저희와 비슷한 이유로 가족여행지로 오키나와를 선택하더군요. (저희가 타고 갔던 비행기의 절반 이상이 만 24개월 미만의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이었습니다.)
저는 출산 전에 괌을 다녀온 적이 있어서 제외했습니다만 오키나와와 괌은 매우 비슷한 분위기였지만 거칠게 보면 영어가 공용어고 일년 내내 무척 덥다는 점 정도가 달랐습니다. 그리고 괌은 호텔이나 리조트가 오래된 곳이 많다는 점이 기억에 남네요. 결국 선택은 기호의 문제인 듯 합니다.
여행지를 고른 후에는 검색의 무한반복을 통해 숙소를 정했습니다. 숙소 역시 아이 위주로 잡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일정을 따져봐야 하겠지만 될 수 있는 한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첫째날 숙소를 잡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동 거리가 너무 멀면 한국->오키나와->숙소로 이어지는 긴 이동시간에 아이의 짜증이 극대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키나와는 섬이 남북으로 긴 형태여서 중남부에 있는 나하 공항에서 멀게는 차로 2~3시간 이상 이동(북부)해야 하는 숙소도 있습니다. 이런 곳을 첫날 묵을 곳으로 잡는다면 아마도 체력의 극한을 시험하시게 될 것입니다.
또한 모유/분유 수유 하는 아기를 데려갈 경우 싱크대와 조리시설 등이 갖춰진 형태의 리조트를 고르시는 편이 식사시간을 좀 더 편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이유식기의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키나와 숙소 가운데 취사가 가능하고 여러 설비 면에서 유명한 곳은 ‘문오션 기노완’과 ‘카후 리조트 콘도 호텔’ 등이 있습니다. 저는 이 중에서 ‘문오션 기노완’에 이틀 숙박했는데 복도식 아파트를 떠올리게 하는 형태임에도 방음이 잘 되고 바닥도 카페트가 아닌 마루인 점에서 좋은 평가를 줬습니다. 취사 가능하고 방 타입에 따라 바깥이 보이는 전망 좋은(?) 욕조에서 목욕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근처에 대형 슈퍼가 있어서 간단한 먹거리를 사 와서 숙소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다만 주차장이 실외에 있어서 차를 타려고 할 때마다 ‘으악’ 소리가 나는 더위를 감내해야 했다는 점은 안 좋은 기억으로 남습니다. 또한 1층에 있는 호텔 수영장이 그다지 큰 편은 아니고 해변하고도 살짝 떨어져 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외에도 ‘더비치타워 오키나와’(기저귀 등 육아용품이 들어있는 ‘라쿠라쿠 마마팩’ 증정, 객실 내 다다미가 있어 아기침대 대여 필요 없음)와 ‘오리온모토부 리조트(츄라우미 수족관과 가깝고 아기침대 대여 가능, 해변에서 가까움, 대온천탕 이용 가능)’ 등도 가족 여행에서 인기 있는 호텔로 꼽힙니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서 숙소를 고르실 때는 주로 머물 지역과 동선, 호텔에서 제공하는 특전 등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여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대부분의 오키나와 숙소는 미리 신청만 하면 유모차를 대여할 수 있습니다. 휴대용 유모차가 없거나 가져가는 것이 귀찮다면, 숙소나 여행지에서 때마다 빌리는 것도 좋은 대안일 것입니다. 휴대용 유모차라고 하더라도 기내에 반입이 안되는 사이즈가 대부분이고 비행기에서 내려서 유모차를 꺼내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2. 여행코스를 짠다
여행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을 보고 먹느냐가 또 중요하겠지요. 아이와 함께 떠나는 만큼 아이 의자가 있는지, 또 아이가 어떤 곳에 흥미를 느낄지를 두고 많은 부모님들이 고민을 하실텐데요. 저 같은 경우는 7개월일 때 떠났던 여행이라 꼭 가봐야 할 곳은 ‘츄라우미 수족관’과 이국적인 해변 정도 정하고 떠났습니다. 또한 아이용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토이저러스’도 가면 좋겠다는 구상 정도 했지요.
실제로 오키나와에서 둘러볼 곳은 떠나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일 수 있습니다. 배를 타고 본섬에서 떨어진 작은 섬을 방문하는 섬 여행도 무척 매력적입니다. 쇼핑에 방점을 찍고 이온몰(일본의 대표적 쇼핑센터)를 둘러보는 것도 좋겠지요. 아니면 만좌모나 슈리성, 아메리칸 빌리지와 같은 유명 관광지를 훑어가는 여행도 기억에 남을 코스입니다. 결국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이와 함께 떠나는 일정이기 때문에 수유/휴식이 가능한 장소를 중간중간에 끼워 넣거나 숙소를 베이스캠프 삼아 움직이는 동선을 짜는 것을 추천합니다. 렌터카를 빌린다면 내비게이션에 입력하는 맵코드를 미리 알아두면 더욱 편리하게 여행할 수 으며 맵코드는 오키나와 관광컨벤션뷰로(관광청)에서 배부하는 무료 자료(별도 신청 필요)나 포털 검색을 통해 알아낼 수 있습니다. (현재 오키나와 관광청 홈페이지는 연결이 안되는 상황이며 일본관광청으로 문의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로 저희 가족의 첫째 날 동선은 오후 1시께 오키나와에 도착한 뒤 렌터카를 대여하고, 숙소로 가기 전 나하시내의 류보 백화점에서 식사와 간단한 쇼핑을 했습니다. 둘째날에는 호텔 주변 관광지와 조금 떨어진 해변을 둘러보고 셋째날에는 북부로 숙소를 옮겨 리조트 주변 해변과 휴라우미 수족관을 즐기는 일정을 짰습니다. 넷째날에는 쇼핑몰과 나하 시내 관광을 하며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일정은 2박3일, 4박5일에 따라 빡빡하게도 느슨하게도 정할 수 있고 각 가정의 취향을 타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이온몰과 백화점 등 쇼핑공간은 수유/기저귀 교환 시설이 매우 잘 되어 있다는 점 기억한다면 일정을 짜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모차 대여도 가능합니다. 특히 최근에 지어진 이온몰 라이카무점의 경우 수유실도 깨끗하고 무척 편리하게 되어 있어서 아기를 둔 분들이 들리기에 좋습니다.
츄라우미 수족관처럼 오키나와에서 이름난 관광지는 신분증만 보여주고 간단한 인적 사항만 기입하면 유모차를 빌릴 수 있습니다. 만약 맥주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나고시에 있는 오리온 맥주공장(한국의 제과업체 오리온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곳이라고 합니다)도 맥주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번 쯤 둘러 볼만한 곳입니다. 무료 시음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무알콜 맥주도 마련돼있어 수유 중인 분, 운전해야 하는 분도 편하게 드실 수 있습니다. 근처에는 파인애플를 테마로 만든 유원지도 있어서 함께 보면 반나절 이상 즐겁게 놀 수 있습니다. 다만 파인애플파크는 실외 전시공간이 많아서 너무 더우면 아이가 힘들 수 있다고 합니다. 저희 가족은 일정상 맥주공장만 들렸습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참고> 오키나와 유명 관광지
▲오키나와의 최대 번화가 국제거리. 쭉 뻗은 일직선 도로(약 1.6km)에는 오키나와 수호신과 토산품을 파는 상점들이 줄지어 있으며 유명한 레스토랑과 백화점, 호텔 등도 한 데 모여있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기념품 가게가 압도적이지만 군데군데 스타벅스·블루씰 아이스크림등 음료나 간식을 사 먹을 수 있는 곳들도 눈에 띈다.
▲만명 이상이 모여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바위라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만좌모’. 오키나와 포토존으로 유명. 그러나 이른 아침에 들르지 않을 경우 주차공간에 차를 세우는 시간만 30분 이상 걸릴 정도로 관광객이 모이는 곳이라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할 수 있다. 현무암으로 뒤덮인 제주도의 해변 풍광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아메리칸 빌리지. 미국 샌디에이고의 시포트빌리지를 모델로 삼아 조성한 관광지역이라고 하는데 대형 관람차가 있어서 밤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근처에는 와규 스테이크로 유명한 가게들이 많다.
▲류큐왕국의 궁전로 사용됐던 ‘슈리성’. 14세기 번영했던 류큐왕국의 수도인 나하에 세워진 이 성은 450년간 역대 국왕들이 머물던 곳이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상당 부분이 소실됐으나 1992년 복원돼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중국와 일본의 건축양식이 어우러진 붉은 빛 외관이 인상적이다. 그늘이 거의 없기 때문에 모자를 꼭 챙겨가야 하는 곳. 전체를 모두 둘러보는 데는 1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나고시 오리온 맥주공장. 오키나와에서 판매하는 오리온 맥주를 생산하는 곳. 한시간 단위로 공장 견학이 가능하며 다 둘러본 이후에는 시음도 가능하다. 아이는 무알콜 음료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견학 코스는 일본어로 진행된다. 일본어를 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고 평일에만 운영한다. 가장 늦은 견학 코스는 16:40분.
▲이온몰 라이카무점. 총 5개층으로 꾸며진 대형 쇼핑몰. 오키나와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아메리칸이글, 갭, 크록스, 유니클로 등 글로벌 패션브랜드를 비롯해 일본 현지의 옷과 잡화 등을 파는 가게가 줄지어 있다. 텍스리펀도 가능하니 잊지 말고 꼭 받을 것. 한국어 가능한 직원이 1층 정문 옆 토속품 가게 근처 인포메이션 센터에 상주하고 있다. 유아용 카트도 있어 어린 아이와 함께 하기 편하다.
▲오키나와의 해변! 섬 여행에서는 바다 구경을 빼놓을 수 없다. 물빛이 투명하고 아름다운 해변들이 많은 오키나와에서 이름난 해변을 대략 꼽아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비세자키와 선셋비치, 코자비치, 세소코비치, 이케이비치, 트로피컬비치, 잔파곶 인근 해변 등이 유명하다.
▲츄라우미 수족관. 오키나와의 바다를 모티브로 만든 곳으로 츄라우미는 오키나와 현지어로 ‘아름다운 바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총 4개 층으로 이뤄진 수족관은 얕은 여울에서 심해에 이르기까지 바닷물의 깊이에 따라 달라지는 바다생물의 특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쿠로시오 바다’로 불리는 대형수조에는 수족관의 상징적 동물인 고래상어를 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츄라우미 수족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이 수조 옆에는 간단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카페도 있어 관람 후 고생한 다리를 잠시 쉬었다 가기 좋다. 유모차로 다녀도 전혀 문제없는 편안한 이동경로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곳이다. 또한 4~9월 사이에 방문할 경우 하루에 4~5차례 선보이는 돌고래 쇼를 구경할 수도 있다.
<필진> 연유진·이수민기자
각각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는 초보 엄마. 출산과 육아 휴직 기간, 집에만 갇혀 있는 생활이 답답해 아기와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으며 돌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보 엄마 숨통 터지는 유모차 여행’(다봄)을 공동 집필했다. 회사에 복귀해 워킹맘으로 직장 생활하는 지금도 주말이나 휴가 때면 짬을 내 나들이나 여행을 다니고 있는 이들은 이 땅의 초보 ‘맘(Mom)’들이 조금이라도 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도록 다양한 팁을 담아 여행기를 연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