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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하비 “자본 성장 억제하고 소비 필요한 쪽으로 재할당 필요”

데이비드 하비 뉴욕시립대 교수가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계간 ‘창작과 비평’(창비) 창간 50주년 기념 공개강연을 하고 있다./연합뉴스데이비드 하비 뉴욕시립대 교수가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계간 ‘창작과 비평’(창비) 창간 50주년 기념 공개강연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성장주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도시를 만든다. 자본 성장을 억제하는 한편 소비를 필요한 쪽으로 재할당해야 한다.”

세계적인 석학 데이비드 하비(81) 뉴욕시립대 인류학과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계간 ’창작과 비평(창비)’ 창간 50주년 기념 공개 강연에서 “자본을 위한 도시에서 사람은 소외되기 마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비 교수는 1970년대 초부터 현대도시 문제와 자본주의를 비판 연구해온 세계적인 석학으로, ‘유연한 마르크스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일반인들이 소련식 사회주의 이미지 때문에 마르크스 이론에 대해 잘못된 인상을 가지고 있고, 전문가들은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게 바로 지난 15년간 내가 ‘마르크스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이유”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마르크스 이론을 연구했지만, ‘유연한 마르크스주의자’라는 학계의 평처럼 그는 성장의 효용성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저소득층에게 가장 큰 혜택은 성장이며 1950~60년대 유럽의 사민주의 정권들은 이를 실제로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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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가 성장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1970년대 이후 성장이 저소득층에게 크게 도움이 안됐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비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선 800만명 가량의 사람들이 집을 잃었다. 은행이나 금융기관에 압류된 주택은 부유한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들이 사갔다”며 “0%에 가까운 성장을 하면서 빈곤층의 재산이 상류층으로 흘러갔다”고 강조했다.

성장 일변도의 정책이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점을 지적한 하비 교수는 한국 역시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 할당을 둘러싼 투쟁은 대부분의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양극화된 도시화 현상은 전세계적인 추세”라며 “전통마을과 건물이 고층건물로 바뀐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장에 천착하는 사고방식을 버리고 성장이 우리에게 필요한 방법인지를 묻는 등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비 교수는 “성장이 존재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장기적으로 불필요한 성장은 억제돼야 하며 이를 위해 제대로 된 정치적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햇다.

하비 교수는 이날 행사 외에도 ‘2016 동아시아 비판적 잡지 회의’와 전문가 워크숍,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의 대담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는 1970년대 이후 다양한 주제들을 연구하며 집필한 책들을 한데 묶은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을 창비에서 낼 계획이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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