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업체 300여개사를 대상으로 ‘우리기업 혁신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조사해 22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최고 혁신기업이 시속 100㎞로 변한다고 할 때 당신 회사는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평균 시속 58.9㎞라는 응답이 나왔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시속 65.5㎞)와 전자(시속 63.8㎞) 등 ‘電車’ 업종은 그나마 혁신 속도가 빠른 편이었지만 조선(시속 57.7㎞), 철강(시속 54.8㎞), 기계(시속 52.7㎞)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업종은 혁신 속도에서 다소 뒤처졌다.
대한상의는 “과거 한국은 ‘빨리빨리’ 문화를 통해 세계가 놀랄만한 고속성장을 일궈냈지만 ‘속도의 경제(Economy of Speed)’ 시대인 지금 우리 기업의 혁신 속도전은 중국에도 뒤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중국이 한국보다 혁신 속도가 빠른가’라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84.7%가 ‘그렇다’고 답했고 ‘중국이 시속 100㎞로 변할 때 한국의 속도’를 묻자 평균 시속 70.9㎞라는 답이 나왔다.
혁신을 위한 사회적 분담 비율은 기업:정부:학계:국회가 ‘6:2:1:1’ 비율로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그만큼 기업의 혁신 노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기업의 혁신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효과적인 혁신 정책으로는 자금지원(44.3%), 미래신산업 성장기반 구축(43.3%), 실패기업인의 재도전 지원(27.7%) 등이 나왔다. 신현한 연세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우리 기업 혁신의 가장 큰 로드블록(걸림돌)은 정해진 것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 규제시스템과 구시대적 기업문화”라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의 한계를 묻는 질문에는 ‘단기실적·성과 위주(62.3%)’와 ‘특정분야 지원 집중(32.0%)’ 등을 꼽았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미래 혁신경쟁은 업종·규모와 관계없이 무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기업 스스로 파괴적 혁신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장기적 안목으로 내다보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