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브렉시트 운명의 날] "IN이냐 OUT이냐' 票心 예측불허…영국은 폭풍전야

여론조사 마다 대혼전·유명인사들까지 캠페인 가세

초조한 캐머런 "자녀들 꿈 생각해 달라" 예고 없던 연설

탈퇴진영 리더 보리스 존슨 "공포 조장말라" 거센 반격

"잔류하든 떠나든 '하나의 유럽' 균열 시작될 것" 우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국민투표를 하루 앞둔 22일. 이른 아침부터 영국 수도 런던 도심은 물론 주택가 벽은 온통 ‘in’과 ‘out’이라는 단어를 내건 플래카드로 뒤덮이다시피 했다. 마지막 한 표라도 더 얻으려는 유럽연합(EU) 잔류와 탈퇴 진영 간 사활을 건 캠페인이 절정에 달하면서 도시 전체는 하루 종일 구호가 끊이지 않았다.

EU 잔류 진영은 브렉시트가 불러올 경기침체를 우려하며 ‘in’을 주장했고 EU 탈퇴 진영은 유럽연합 때문에 이민자가 급격히 유입돼 영국 시민들의 삶이 힘들어졌다며 ‘out’을 외쳤다. 특히 선거 직전 브렉시트 찬반 지지율이 여론조사기관별로 정반대로 엇갈리면서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어떤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국민투표 결과에 정치적 운명을 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선거를 앞둔 21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집무실 앞에서 예정에 없던 연설까지 자청하며 막판 여론몰이에 나섰다. 그는 “EU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지만 이는 탈퇴가 아닌 협상과 개선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EU 탈퇴 지지율이 높은 노년층을 의식한 듯 “자녀와 손주들의 희망과 꿈을 생각해달라”며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다시 번복할 수 없으며 영국은 영원히 유럽 밖에서 살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는 “결과가 EU 탈퇴로 나온다면 EU와 신속하게 협상에 나서겠다”면서도 “브렉시트 시에도 총리직을 유지할 것”이라며 정치적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브렉시트 찬성 진영도 막판 선거전에 불을 댕겼다. EU 탈퇴 진영의 리더 격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은 이날 BBC가 주최한 방송토론회에 참석해 “EU 잔류파가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 경제의 악영향을 과장하는 ‘공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EU를 탈퇴해 영국이 이민자 문제의 통제권을 되찾아야 한다”며 영국인들의 반(反)이민자 정서를 자극했다. 존슨 전 시장은 또한 “EU 탈퇴로 영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면 TV에 나와 사과할 수 있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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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바깥에서도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유명인사들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등 선거전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영국 축구스타인 데이비드 베컴은 자신의 인터넷 계정에 “내가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이라는 공동체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함께 해야 강하다. 나는 EU 잔류에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컴 외에도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 조지 소로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 등이 이제까지 EU 잔류 지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날 브렉시트 찬반 진영에 대한 기부금 현황을 보면 찬성파가 반대파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선거관리위원회의 기부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13일부터 6월9일까지 4주 동안 브렉시트 찬성 캠페인은 400만파운드를 모금해 반대 캠페인(300만파운드)보다 약 100만파운드를 더 모았다. 2월 시작된 개인기부금에서도 브렉시트 찬성 캠페인은 1,620만파운드를 모은 반면 반대 캠페인은 1,210만파운드를 모으는 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국민투표 결과에 관계없이 이미 ‘완전한 통합(total integration)’이라는 EU의 이상에 금이 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자체가 유럽 통합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라며 “결과와 상관없이 EU는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신문과 인터뷰한 한 전문가도 “브렉시트가 될 경우 EU에는 재앙”이라며 “EU의 최종목표라고 할 수 있는 ‘유럽국가’ 건설이 완전히 물 건너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거일정이 다가오면서 찬반이 대립하는 양상이 심해지자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21일 런던에서 기자와 만난 이언 베그 런던정경대학(LSE) 정치경제학 교수는 “결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여론조사에서 높은 비중으로 나타난 부동층이 어떤 결정을 할지 국민투표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런던=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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