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농협은행 "올해 충당금 1조7,000억 쌓는다"

상반기에만 1조3,000억 충당금 적립..

'빅 배스' 불구 명칭사용료·배당은 예정대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부실을 입은 농협은행이 올해 1조7,000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적립하는 ‘빅 배스’를 단행한다. 상반기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농협은행은 연말 농협중앙회에 대한 배당과 명칭사용료 지급은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22일 ‘조선·해운 등 최근 농협은행 경영현황’ 자료를 통해 “5대 취약업종에 대한 충당금을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적립할 계획이었지만, 조선·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빨랐다”며 “상반기에 1조3,000억원 규모의 충당금 적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의 하반기 충당금 적립 예상액은 4,200억원으로 올해 충당금 적립액은 1조7,200억원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년 상반기 충당금 규모가 통상 5,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빅배스는 경영진 교체 등의 시기에 잠재 부실을 모두 털어내는 회계기법을 말한다.


농협은행은 상반기에 STX조선·현대상선·한진해운 등에 대한 충당금을 대부분 반영해, 연간 기준으로는 소폭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해운업 익스포저 중 농협은행 여신이 많은 STX조선은 회수의문으로 분류해 법정관리로 인한 손실을 대부분 반영했고, 현대상선도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회수의문으로 분류했다. 성동조선은 정상에서 요주의로 재분류했고 대우조선해양도 정상에서 요주의로 낮출 경우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았다.

관련기사



농협은행은 연간 1조7,0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하더라도 올해 소폭의 당기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농협중앙회에 내는 명칭사용료와 배당 등을 모두 고려하면 올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2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STX조선,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대우조선 등 해운·조선업 익스포저가 많은 기업에 대해 대부분 상반기에 충당금으로 반영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예년 수준의 충당금만 쌓으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올해 6월 말을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14.0%, 고정이하 여신비율 1.98%, 유동성커버리지 비율 103.8%로 추정했다. 충당금 적립 등으로 올해 연말 BIS 비율은 14.1%로 소폭 상승하고,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1.6%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동성커버리지율도 106.9%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농협은행이 올 연말 농협중앙회에 내는 명칭사용료와 배당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3,200억원, 1,800억원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배당을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농협금융지주의 주장이 수포로 돌아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에 명칭사용료와 배당을 충당금 적립 전 이익 기준으로 내고 있기 때문에, 농협은행은 적자 시에도 연간 5,000억원 안팎의 명칭사용료와 배당금을 부담해야 한다.

김보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