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가 현실화되면서 우리 거시경제도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적으로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업과 김영란법의 오는 9월 시행 등으로 내수가 급격하게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해외에서 메가톤급 악재까지 터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동시다발 위기가 더 큰 위기로 확산되는 ‘칵테일 위기(dangerous cocktail of risks)’에 직면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당장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재정절벽과 소비절벽을 막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재정보강책을 준비하고 있는 유일호 경제팀은 예상치 못한 복병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에 당장 하반기 몰아닥칠 실물경기의 하방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20조~30조원대의 ‘슈퍼 추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선 경제주체들의 심리위축이 불가피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며 “이는 우리 기업·가계의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2~3년 동안 예고된 이벤트였다. 하지만 브렉시트는 단번에 현실화해 경제주체들이 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경제주체의 심리위축은 전체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친다. 경제심리지수(ESI)는 지난해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급락했고 당시 성장률에 그대로 반영됐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연구부장은 “앞으로 2년 동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절차에 대한 협상이 진행된다”며 “이 과정에 따라 우리 경제가 받을 영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협상이 매끄럽게 진행되면 영국과의 낮은 교역 규모 등으로 큰 영향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확실성이 증폭돼 우리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9월 김영란법 시행, 하반기부터 본격화하는 구조조정 등으로 내수 여건이 녹록지 않은 점도 문제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연간 11조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구조조정으로 경남 지역의 실업률이 급등하고 청년 실업률이 고공 행진하는 등 전반적인 여건도 좋지 않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하방 위험이 큰 우리 경제 내 충격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가 올해 경제성장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에 따르면 정부는 24일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당정 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0.3%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키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올해 성장률은 2%대 초반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당초 10조원대로 거론되던 중규모 추경 패키지 대신 20조~30조원대의 슈퍼 추경 패키지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10조원대는 브렉시트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규모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면서 이에 대응해 추경 규모도 커져야 한다는 것이다. 권 원장은 “추경의 규모는 지금 거론되는 것보다 더 키워야 한다. 최우선으로 일자리와 돈이 돌 수 있는 곳에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21일 추경호 새누리당 일자리특별위원회 부위원장도 “중앙은행에서 통화신용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경기부양과 일자리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만큼 재정적으로도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이와 관련해 일자리 문제 대응을 위한 상당한 규모의 추경 편성을 검토해달라고 정부 측에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사태를 지켜보고 실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지면 언제라도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태규·구경우·임세원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