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브렉시트 여파 회사채 시장 경색...대책 나올까

AA에 쏠린 회사채 시장 양극화 커져...기관투자자 A등급 회사채 투자 유도

2013년 회사채 신속 인수제 재추진 가능성도 거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른바 ‘브랙 시트’가 국내 회사채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면서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당장 영국계 자금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돈의 흐름이 안전 자산으로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위험한 자산인 국내 기업의 회사채는 투자 수요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25일 “브랙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이 올라가면서 외국 자금이 안전 자산으로 회귀해 달러, 금, 엔화, 스위스 프랑으로 쏠리고 있다”면서 “그 얘기는 국내 자금 빠질 가능성 꽤 있다는 뜻으로 구조조정과 맞물린 기업의 자금 확보가 지금보다 더 어려워 진다”고 우려했다.

정부도 회사채 시장의 경색에 대비한 비상 계획(컨텐전시 플랜)을 세워두고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실행에 옮긴다는 입장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4일 긴급 간부회의에서 기업들의 유동성을 위해 회사채 시장 제도 개선 방안도 최대한 신속히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26일 오후 세시 증권유관기관들과 비상점검회의를 열고 브렉시트에 따른 영향과 대응방안을 논의하는데 이 자리에서 회사채 개선 방안의 시행 시점도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회사채 시장의 발행, 유통 과정의 전반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올 초부터 검토해 왔다. 브렉시트 사태가 있기 전부터 국내 회사채 시장은 AA이상 우량 등급을 제외하고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양극화 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당국은 A 등급 이하 비우량채에 연기금,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기관 투자를 활성화해 안정성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시장 활성화를 꾀할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채펀드의 신용등급을 ‘평균’으로 매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펀드에 넣는 개별 회사채에 대해 각각 신용등급을 평가하다 보니 회사채 투자범위가 A등급에만 제한되는 데 따른 조치다. 여러 등급의 회사채를 한 펀드에 담고 펀드에 대표로 신용등급을 매기면 낮은 등급과 높은 등급의 회사채가 함께 투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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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금융당국은 회사채시장의 주요 큰 손인 국민연금과 신협중앙회 등 기관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활용할 계획이다.

분리 과세 혜택이 있는 하이일드펀드가 A등급 회사채를 편입하는 방안도 정부의 구상 중 하나다.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요건을 완화하고, 지적재산권 등 회사 유·무형 자산을 통틀어 담보권을 설정해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하는 기업 담보권 제도 도입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투자업계는 올 초 A등급 중심의 비우량 회사채를 전체 발행물량의 최대 30%까지 인수할 수 있도록 해 수급 환경을 개선하는 해법을 건의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회사채 시장 경색 정도에 따라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2013년에 실시한 회사채 신속 인수제를 다시 실행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사채 신속 인수제는 회사채 시장 상황이 극단적으로 악화하면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카드”라고 전했다.

한편 투자자보호는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국은 미국에서 활용하고 있는 ‘CoC(Change of Control) 풋 옵션(경영권 변동에 따른 조기상환청구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대주주가 바뀔 경우 회사채 투자자가 기업에 채권을 다시 사달라고 요구하는 권리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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