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무대에 오를지 기약 못해도 대선배와 함께 해 행복해요"

연극 '햄릿' 언더스터디 배우 박지원·김병희

다시 못 올 '배움의 기회'…최대한 많은 것 얻어갈 것

연극 ‘햄릿’에 대체배우로 참여한 박지원(왼쪽)와 김병희는 “다시 못올 배움의 기회”라고 말했다.연극 ‘햄릿’에 대체배우로 참여한 박지원(왼쪽)와 김병희는 “다시 못올 배움의 기회”라고 말했다.


연극 ‘햄릿’은 공연계 어벤저스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무송·박정자·손숙·정동환·김성녀·유인촌·윤석화·손봉숙·한명구. 화려한 얼굴이 장식한 포스터 아래, 아주 작게 이름을 건 젊은 배우 둘이 있다. 고된 연습을 소화하지만, 언제 무대에 설지 기약 없다. 비상 시 주요 배우 대신 투입되는 ‘언더스터디’로 햄릿에 참여한 배우 박지원·김병희다.

“무대에 서지 못해도 괜찮아요. 함께 작업하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예상외 반응에 제작사가 당황했다. 김병희는 뮤지컬 아리랑, 박지원은 연극 렛미인에 출연하며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바 있다. 자기가 빛나는 자리가 아닌, 신인 배우가 주로 맡는 언더스터디를 현역 배우에게 제안하며 제작사도 많이 미안했다고. 김병희는 “내가 관객 앞에 서느냐 마느냐보다는 다시 못 올 배움의 기회라는 생각이 커 고민할 게 없었다”고 말했다.

대체 배우라도 웬만한 주연보다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김병희는 남자 배우, 박지원은 여자 배우가 맡은 캐릭터를 모두 준비해야 한다. “햄릿의 여자 배역은 원래 2개(거투르드 왕비· 오필리어)지만, 이번엔 박정자·김성녀·손봉숙 선생님이 남자 캐릭터를 맡으셨죠. 이 배역까지 제가 다 소화해둬야 해요.”(박) 햄릿의 연습 시간은 오후 1~10시이지만, 두 사람은 선배들의 상대 역을 하거나 몸풀기를 도우며 필요 상황에 투입된다. 개인 훈련은 그 이후에야 가능하다.

현역배우 박지원(왼쪽)와 김병희는 대체배우인 언더스터디로 ‘햄릿’에 참여하고 있다.현역배우 박지원(왼쪽)와 김병희는 대체배우인 언더스터디로 ‘햄릿’에 참여하고 있다.


고되지만 지척에서 대선배의 연기를 보고 배우는 좋은 기회다. 언더스터디를 수락했던 이유도 여기 있다. 김병희는 “테이블에 앉아 대본을 읽는 자리에서조차 호흡과 발성이 공연처럼 완벽했다”며 “숨 쉬는 부분까지 대본에 표시해 따라 할 정도”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 번쯤 무대에…’라는 생각도 연습을 거듭하며 마음에서 떠나보냈다. 박지원은 “내공 자체가 다르기에 내가 대신 투입되면 극의 호흡과 흐름이 끊길 것 같다”며 “다른 생각 말고 선생님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갈 생각”이라고 웃었다.


때론 치열한 고민이, 때론 깨알 같은 장난이 지배하는 연습 현장. 맘 편히 웃지도 못하고 대선배의 눈치만 살피는 두 사람은 “언젠가 우리도”하는 마음으로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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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은 제게 ‘역기’ 같은 존재예요. 따라갈 수 없는 내공과 많은 배역·대사… 그 무게에 온몸이 아프지만, 얻는 것이 더 많은 작품이 되겠죠.”(박) “한동안 ‘배우는 선택 받아야 하는 약한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배우로서의 자신감과 호흡으로 당당하게 존재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깨닫게 됩니다.”(김) 박지원·김병희는 7월 12일~8월 7일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햄릿으로 관객과 만난다. 그곳이 무대 위든, 보이지 않는 어느 곳이든.

사진=송은석기자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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