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연극 '아버지'·'어머니' 주연 박근형·윤소정 "눈물 날 만큼 공감…단숨에 출연 OK 했죠"

"기발한 설정·표현법에 도전의식

대본 읽자마자 무대 서고 싶어져

장성한 자녀 떠나보내기 어렵지만

'내 시간의 소중함' 느끼게 되길"

노년의 상실감 그린 두 작품

내달 13일부터 번갈아 공연

국립극단의 연극 ‘어머니’와 ‘아버지’에서 우울증과 치매에 걸린 노년을 연기하는 배우 윤소정(왼쪽)과 박근형.   /사진=국립극단국립극단의 연극 ‘어머니’와 ‘아버지’에서 우울증과 치매에 걸린 노년을 연기하는 배우 윤소정(왼쪽)과 박근형. /사진=국립극단




한때 든든했던 존재는 내달리는 시간 앞에 한없이 여리고 약해진다. 사랑으로 가꿔온 둥지에서 하나둘 새끼들이 떠나고 남은 것은 우울함과 기억을 잃어가는 자기 자신뿐. 현대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한 고령화를 소재로 가족의, 한 인간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연극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두 작품은 프랑스의 주목받는 작가 플로리앙 젤레르가 각각 2012년, 2010년에 쓴 별개의 작품이다. ‘아버지’는 치매에 걸린 80대 앙드레가 기억을 잃어가며 겪는 혼란을, ‘어머니’는 중년 여인 안느가 애지중지하는 아들의 독립과 남편의 외도에 대한 병적인 믿음으로 우울증을 앓으며 의식이 붕괴되는 과정을 그린다. 국립극단은 형식과 주제에서 닮은꼴인 두 작품을 오는 7월13일부터 8월14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의 같은 무대에서 번갈아가며 공연한다. 박정희 연출이 지휘할 ‘아버지’에서는 배우 박근형이 주인공 앙드레를 연기하고 이병훈 연출이 맡은 ‘어머니’에는 배우 윤소정이 함께한다.


“대본을 읽고 나서 꼭 출연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형과 윤소정은 작품의 기발한 설정과 표현법에 도전의식을 느꼈다. 박근형은 27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두 연극의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극작법이나 표현 방식에서 기존과 다른 부분이 많아 재미있게 읽어내려갔다”며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기도 해 단숨에 ‘내가 하겠노라’ 답했다”고 말했다. 지난 1964~1967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한 박근형은 이번 공연으로 40년 만에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선다. 윤소정도 “희곡을 보며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하는 놀라움에 선뜻 하겠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신경성 위염에 걸려 소화가 안 될 만큼 쉽지 않은 작품”이라며 “많이 후회하고 있지만 고통이 없으면 작업도 의미 없는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관련기사



국립극단의 연극 ‘어머니’와 ‘아버지’에서 각각 주연을 맡은 배우 윤소정(왼쪽)과 박근형이 27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국립극단국립극단의 연극 ‘어머니’와 ‘아버지’에서 각각 주연을 맡은 배우 윤소정(왼쪽)과 박근형이 27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국립극단


두 사람 모두 한 가정의 아버지·어머니이기에 각자에게 연극이 주는 메시지는 더욱 와 닿는다. “아이들이 커가며 부모를 보지 않고 언젠가는 집을 떠나게 돼 있다”고 담담하게 운을 뗀 윤소정은 “아이들이 나중에 부모가 돼도 겪을 당연한 일인데 그 순간을 견디는 게 어려운 것”이라며 “이 작품을 본 관객들이 사람이든 일이든 한 가지에 집착하기보다 내 시간을 갖고 무엇이든 즐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근형도 “과거의 기억과 현재가 겹쳐지며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시점까지 온다는 것이 뭉클하다”며 “극 중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시간이 가는 것도 모르겠고 난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대사를 할 때 눈물 날 만큼 공감했다”고 전했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같은 장면을 반복하며 조금씩 변주하는 방식으로 기억을 잃어가거나 왜곡되는 주인공을 표현할 계획이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선 노년의 내면을 외부의 시각이 아닌 그들 내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박 연출은 “대본이 훌륭해 연출로 잔재주를 부려도 소용없다”며 “이야기가 던져주는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해 젊은 관객이든 장년층 관객이든 누가 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물학적 비극을 담은 작품이다(이 연출).” “정체성을 잃고 가족 안에서 이물질이 돼버린 존재의 이야기다(박 연출).” 두 연출과 관록의 배우들이 보여줄 지금 우리의 이야기는 7월13일 ‘아버지’를 시작으로 8월14일까지 하루씩 번갈아가며 공연을 펼치고 주말에는 낮·밤 공연으로 나눠 관객과 만난다.

송주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