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하반기 경제정책방향]2년연속 10조대 '땜질 처방'...어정쩡한 추경 규모 '효과 의문'

대내외 경기하방 리스크 커져

올 성장 전망도 2.8%로 하향

20조~30조는 필요한데...

용처 못정하고 규모만 확정

반짝효과후 재정절벽 우려도



정부가 결국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끄집어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추경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손사래를 쳤지만 국내적으로는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업과 소비절벽, 밖으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에 따른 경기 하방 요인이 커지자 어쩔 수 없이 다시 ‘땜질 처방’을 한 것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변수에 11조6,000억원의 추경을 실시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경기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아직 어디에 돈을 사용할지도 확정하지도 못해 ‘깜깜이 추경’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나 홀로 고수했던 3% 성장 포기=대부분의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2%대 중반 수준으로 낮췄음에도 3.1%라는 기존 전망치를 고수했던 정부가 2.8%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세계 경제 회복 지연과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대내외 여건이 예상보다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의 성장률 하향 등 수출 여건이 여전히 좋지 않고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로 인한 고용과 생산·투자 위축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브렉시트의 경우 단기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나 중장기적으로는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물경기에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2년 연속 10조원대 추경=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추경 카드를 꺼냈다. 추경이 10조원 이상 2년 연속 편성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1.25%로 전격 인하한 데 맞춰 통화와 재정의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로 하반기 경기 보강과 대내외 위기를 헤쳐나가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추경 재원은 지난해 쓰고 남은 돈(세계잉여금)과 올해 추가로 들어온 세수를 활용하기로 했다.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 추가 국채는 발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상반기 기준 지난해보다 10조원 이상 여유 세수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다만 하반기 세수 여건을 예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연간 세수 부족이 발생하지 않겠다는 방침 아래 동원 가능한 규모를 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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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대내외 경기 하방 영향을 최소화하고 일자리 창출, 민생안정을 위해 일자리 확충 효과가 큰 사업에 추경예산을 배정한다는 기본원칙만 제시했다. 구체적인 분야 및 재원 배분은 다음달 추경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공개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용처를 정하지도 않고 규모부터 정하는 전형적인 깜깜이 추경으로는 실효성을 높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은 벌써부터 누리과정 예산 등을 추경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반짝 효과’ 뒤 재정절벽 우려=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경기를 살리기 위한 충분한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정부가 정한 10조원 규모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대외 불확실성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서는 추경 규모만 20조~30조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경제주체들의 심리 안정과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추경 규모를 두 배 이상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추경을 편성하면 경기가 모르핀 효과로 반짝 상승하지만 이후 다시 하락으로 반전해 재정절벽이 일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매년 반복되는 땜질식 추경보다는 예산안을 확장적으로 편성하는 재정운용이 더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메르스가 발생한 지난해에도 추경안(11조8,000억원)을 포함한 22조원 규모의 재정 보강 패키지를 사용한 바 있다. 추경과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효과로 성장률은 지난해 2·4분기 0.4%(전 분기 대비)에서 3·4분기 1.2%로 수직 상승했다. 그러나 4·4분기 다시 0.7%까지 떨어졌고 재정절벽 등으로 올해 1·4분기 0.4%까지 추락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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