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생활속 유해화학물질 공포..'인증표준물질'로 다스린다

화장품 유해성분·닭고기 항생제 등

표준연이 측정 기준물질 개발하면

검사기관은 자체 결과와 비교분석

배추 속 유해물질 측정 능력은

국제기관 데이터베이스 등재되기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무기분석표준센터 연구원들이 배추분말 중 유해원소를 원소 측정용 질량분석기로 분석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표준과학연구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무기분석표준센터 연구원들이 배추분말 중 유해원소를 원소 측정용 질량분석기로 분석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한 된장분말 인증표준물질./사진제공=한국표준과학연구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한 된장분말 인증표준물질./사진제공=한국표준과학연구원


# 주부인 김숙경(36)씨는 최근 ‘노케미(No-Chemistry)’ 열풍이 불면서 먹고 마시고 바르는 모든 것에 유해물질이 포함됐는지 따져보는 습관이 생겼다. 옥시와 애경·SK케미칼·롯데마트 등 독성 화학물질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가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을 보면서 유해물질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는 화장품에 유해성분은 없는지, 음식에 농약 성분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화장품 회사, 식당 주인, 야채가게 사장 모두 정부에서 공인된 기관의 검사를 거쳐 안전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불안하다. 그는 “검사 기관이 정확하게 유해물질을 측정했는지, 그 결과를 믿을 수 있는 건지는 또 다른 문제 아니냐”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걱정을 덜어주고 검사 기관의 신뢰성을 보장해주는 게 ‘인증표준물질(CRM)’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특정 성분의 함량이 정확하게 측정된 물질을 개발해 함유량을 꼭 집어 보여주는 검사 내역을 각 검사기관에 보급한다. 검사기관은 이 물질을 검사해 자신의 검사 결과를 연구원과 비교해 신뢰성을 따진다. 표준연의 인증표준물질이 ‘문제집’이자 ‘답안지’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표준연 유기분석표준센터의 안성희 박사는 “분석 장비가 바뀌거나 분석하는 연구원이 바뀔 경우 검사기관에서 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해 일관된 결과가 나오도록 도와주는 게 인증표준물질”이라고 말했다.

현재 개발된 인증표준물질 가운데 대표적인 게 한국인이 잘 먹는 된장에서 발견 가능한 곰팡이 성분 ‘오크라톡신A’다. 오크라톡신A는 곡류·육류·콩류·향신류 등 식품에서 발생 가능한 독소로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간장·고추장·된장 등 장류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장류 제품은 기준치를 넘는 오크라톡신A가 검출되지 않지만 신장·간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는 만큼 국내 기관은 오염도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표준연에서는 오크라톡신A가 들어간 된장 인증표준물질과 동위원소를 활용한 분석기법을 개발했다. 오크라톡신A와 원자량이 다른 동위원소를 첨가한 뒤 원래 제품에서 오크라톡신A를 추출해내는 방식이다. 정확도를 높여 최대한 근접한 추출 내역의 답안지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사료를 추출해내는 데 방해가 되는 물질을 제거하는 방법을 쓰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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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5.4㎏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닭고기 역시 항생제 인증표준물질에 대한 수요가 높다. 닭 사육 시 사용되는 항생제는 소비자가 닭고기를 섭취할 때 함께 체내로 유입돼 부작용이 우려되는 성분이다. 표준연에서는 항생제 성분인 엔로플록사신과 시프로플록사신을 사료에 섞어 사육한 닭의 육질을 가공한 뒤 정확히 잔류 항생제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표준물질을 개발한 유기분석표준센터의 형석원 박사는 “수출국과의 검역 결과에 따른 마찰에 대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한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 화장품 유해성분을 측정하는 표준물질 등을 개발해 검사기관에 배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증표준물질의 성분이 변하지 않은 채 대량생산, 장기 보관하는 게 중요하다. 분석대상 성분이 산화되거나 염기 분해, 휘발, 세균소모 되지 않도록 최적의 저장조건을 찾아야 한다.

국내의 인증표준물질 및 측정 능력은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표준연에서 개발한 배추 속 유해물질 측정 능력은 국제도량형국의 측정능력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될 정도다. 감자칩에 일부 함유된 발암 성분 ‘아크릴아마이드’의 인증표준물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측정표준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측정 국제비교’에서 한국은 세계 5∼6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인증표준물질 및 측정 성분

식품 종류 인증된 성분
유아용 분유 비타민A, 엽산, 니아신 등
종합영양제 니아신, 리보플라빈, 엽산 등
닭고기 분말 엔로플록사신
배추 살충제 성분
인삼 살충제 성분
감자칩 아크릴아마이드
된장 오크라톡신A
사과주스 패툴린
(자료: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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