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조선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어디냐...RG발급 제때 안돼 수주 차질"

성토장 된 조선업 간담회

"조선업 살린다 해놓고

다른 쪽선 지원 인색"

참석자들, 엇박자 지적

"돈 잘 벌 때만 생각하나"

파업시도 노조에도 일침

주형환(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조선업계 최고경영자(CEO)·전문가 간담회’에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주형환(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조선업계 최고경영자(CEO)·전문가 간담회’에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제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조합원들이 29일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앞에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상경 집회를 벌이고 있다. 지난 28일 파업 찬반 투표에서 삼성중공업 조합원 91.9%의 찬성으로 파업이 가결됐다.  /연합뉴스거제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조합원들이 29일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앞에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상경 집회를 벌이고 있다. 지난 28일 파업 찬반 투표에서 삼성중공업 조합원 91.9%의 찬성으로 파업이 가결됐다. /연합뉴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29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조선업계 최고경영자(CEO)·전문가 초청 간담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 부재를 성토하는 장이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조선산업 전반을 보는 큰 틀의 로드맵 없이 정부 부처별로 눈치 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주 장관을 비롯해 ‘조선 빅3(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 CEO와 업계 원로,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인사들은 간담회 분위기가 대체로 정부 부처 간의 ‘엇박자’ 문제를 해소해달라는 쪽에 맞춰졌다고 전했다. 특히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이 집중 거론됐다고 한다.

시중과 국책 구분할 것 없이 은행권이 RG 발급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업계를 더욱 속 타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최근 현대중공업이 SK E&S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선 2척을 수주했지만 RG가 제때 발급되지 않아 애를 태우기도 했다. 뒤늦게 KEB하나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각 1척에 대한 RG를 발급하면서 수주 무산 위기를 넘겼다.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RG 발급으로 애먹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한쪽에서는 조선산업을 살려야 한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조선사들을 살릴 수 있는 금융지원에 소극적”이라며 정부 부처 간 엇박자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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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에 참석한 조선 빅3 CEO들은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는 노동조합을 항해 뼈 있는 말들을 던졌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상황에 맞춰 긴축 대응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돈 잘 벌 때 생각해서 어려울 때도 그만큼 달라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파업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노조를 정조준한 발언이다. 권 사장은 언론과 따로 만나 “아버지가 100만원 벌다가 60만원 벌게 되면 거기에 맞춰서 살아야지, 옛날에 아버지 잘 살 때 월급만 생각하면 안 된다. (노조가) 시장 환경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 사장은 분사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는 건설장비 일부와 전기·전자 사업 소속 일부 직원들이 임금 삭감과 복리후생 축소 우려가 있다며 분사에 반발하는 데 대해서도 “야구와 축구·배구 선수 연봉이 다 다르지 않나. 직종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권 사장이 직격탄을 날린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내는 등 파업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다음달 1일께면 중노위의 조정 결과가 나오고 이에 따라 노조의 파업 투표 일정도 확정된다. 노조가 정당한 파업권을 확보하더라도 당장 파업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자구노력이 속속 이행될수록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파업 찬반 투표를 92%의 압도적 찬성 비율로 통과시킨 삼성중공업도 사측과 노조가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노동자협의회가 지난 28일 파업 찬반 투표를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 “파업을 해도 득이 될 게 없다”며 맞받았다.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와중에 파업까지 한다면 이는 발주처들이 ‘노조 리스크’로 인식할 수 있고, 결국 수주 여건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산업부는 이날 제시된 의견과 오는 8월로 예정된 민간 컨설팅 결과 등을 바탕으로 조선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주 장관은 “우리 조선산업 경쟁력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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