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1일 국회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만나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의 상향을 재검토해달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일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중기중앙회는 자산규모가 5조원 이상 10조원 이하인 기존 대기업들의 규제가 풀리게 돼 중소기업의 여건이 더욱 열악해진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면담에서 “우리당이 추진하는 경제민주화 및 ‘공정거래위 제자리 찾기’ 방안에 대한 지지로 받아들이겠다”면서도 건의와 관련해 구체적인 약속을 하지는 않았다. 면담에 배석했던 송옥주 대변인 역시 “김 대표의 대답은 원론적인 선에서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는 발언”이라며 선을 그었다.
김 대표가 명확한 대답을 피한 까닭은 여야 모두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의 재검토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해서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지정기준의 상향이 중소기업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토작업이 필요하다”면서도 “재검토를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의장도 “지정기준 상향에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렇다고 발표한 것을 단박에 다 뒤집으면 경제에 미칠 후폭풍이 지나치게 클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더민주·새누리당·국민의당의 경제통 의원들 사이에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마련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추후 관련 법 개정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공정위의 지정기준 변경으로 38개 법이 영향을 받는데 각 법안과 분야별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다”고 공정위를 꼬집었다.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인위적인 수치를 수년마다 지정해서 정쟁을 유발할 게 아니라, 국내총생산(GDP)을 근거로 삼는 등 합리적인 상향을 위한 논의는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