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중소기업 '자금줄' 역할론이냐 '부실 대비' 건전성이냐... 기업은행의 힘겨운 '줄타기'

하반기 초점 여신관리에 맞춰

관련 조직도 현재 체계로 유지

상반기 中企 대출 130조 넘겨

국책銀으로서 역할에도 신경

"산업銀 전철 안밟을것"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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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체율이 갈수록 높아지는데다 이후에도 중소기업들의 사정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고민이 큽니다.” 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최근 중소기업 여신관리로 고민이 깊다며 이렇게 토로했다. 국책은행이라는 특성상 무조건 여신을 회수할 수도 없는 형편이지만 그렇다고 팔짱만 끼고 있다가 부실이 커지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산은의 전철을 밟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은행은 ‘역할론’과 ‘건전성’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하며 중소기업 부실화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선· 해운업 등 대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충격이 관련 중소기업에 전이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은행은 올 하반기 경영의 초점을 여신관리에 맞춘 모습이다. 이를 위해 하반기에도 여신 담당 조직 체계를 현 상태로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근같이 중소기업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여신 관련 조직에 변화가 있을 경우 발 빠른 대처가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기업은행 여신관리그룹은 올해 그룹 내 슬로건을 ‘비상경영’으로 정하고 구조조정 여파에 따른 여신관리 작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또 경기불황에 따라 올해 연체율이 전년 대비 최대 15bp(1bp=0.01%)가량 높아질 것으로 보고 대응 시나리오를 세워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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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은 우선 부실 위험이 있는 거래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내부 기준으로 고위험군으로 평가받는 ‘CR4’에 해당하는 업체는 여신을 연도별로 나눠 회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기업의 신규 대출은 자제하고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일선 지점의 대출 전결권을 축소해 본점에서 승인을 받게 했다. 중소기업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패스트트랙’ 프로그램도 십분 활용해 자체 구조조정 유도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렇게 여신관리를 강화하면서도 올 상반기 사상 처음으로 중소기업 대출 잔액 130조원을 넘기는 등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와 서브프라임모기지발 금융위기 당시에도 기업은행은 여타 은행과 달리 중소기업 대출 만기를 연장해줬다”며 “위험한 곳에 대한 대출을 늘릴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망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 또한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은행 일각에서는 중소기업 업종의 특성상 대규모 부실 여신이 한꺼번에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기업은행이 산업은행과 비슷한 상황에 처할 일은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대마불사의 함정에 빠져 구조조정을 회피하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기댈 곳이 없기 때문에 자체 구조조정이 활발히 일어나는 편”이라며 “무엇보다 기업은행은 여신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는 점에서 여타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자산이 안정적이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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