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VR 신세계'가 바꿔놓을 인류의 삶

[FORTUNE’S EXPERT] 안병익의 '스마트 라이프'

물리적 세계와 VR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AI 기술까지 결합시키면 완벽한 가상현실 세상을 만들 수 있다. VR 드헤셋을 쓰고 알파고와 바둑을 두는 모습이 곧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물리적 세계와 VR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AI 기술까지 결합시키면 완벽한 가상현실 세상을 만들 수 있다. VR 드헤셋을 쓰고 알파고와 바둑을 두는 모습이 곧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


가상현실(VR) 시대의 개막이 눈앞에 다가왔다. VR이 지금껏 인간이 누려보지 못한 신세계를 선사할 혁신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VR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상상해 보세요! 자유롭게 변신하고,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영화 써로게이트(Surrogate)는 사람들이 완벽한 로봇을 사서, 자기 자신은 집에 있고, 대신 로봇과 정신을 연결해 로봇으로 사회 생활을 하는 미래상을 그린 바 있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가상현실(VR)기술의 궁극적인 미래상을 상상 속으로나마 그려볼 수 있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행사에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VR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걸음마를 뗐을 때 부모님은 육아일기에 그 모습을 기록했지만, 내 딸아이가 걸음마를 떼는 날에는 우리 부모님이 마치 거기에 가 계신 것처럼 그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어 그는 “동영상의 시대가 끝나고 VR의 시대가 시작되었다”며 “ 가상현실이 차세대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VR이 앞으로 사람들의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망했다.

최근 들어 VR에 대한 시장의 관심과 산업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과거 수차례 시장의 관심에 이어 거품 붕괴가 나타났던 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VR은 사람들에게 극적인 몰입감을 제공해 사용자로 하여금 특정한 공간 또는 가상 세계에 실제 존재하는 듯한 물리적 감각을 느끼게 하는 기술을 총칭한다. 이미 게임과 영화 등에 VR 기술을 접목한 결과물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며, 점차 다양한 산업분야와 시장으로도 기술의 응용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에선 지금까지 느껴왔던 ‘아바타’ 같은 영화 속 상상력이 아닌, 실질적인 차세대 산업으로 VR을 인식하고 있다. 해외 기업은 물론 삼성전자 같은 국내 기업들도 VR 시장에 뛰어들어 저렴한 비용의 전용 VR 헤드셋과 대중적인 VR 카메라를 속속 내놓고 있기 때문에 대중화의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의 시장조사 전문지 디지-캐피탈 Digi-Capital 에 따르면, 올해 약 30억 달러 수준인 세계 가상현실 산업 규모는 2020년까지 10배 이상 성장해 약 300억 달러(한화 약 34조)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중국 기업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올해 VR 기기 시장이 약 8억 9,5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대중문화계도 VR을 적극 반영하고 있는 추세다. 스포츠 방송은 물론, 영화와 가요계에서도 VR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시도가 주목을 끌고 있다. 음악계에선 가요 스타들의 콘서트 현장과 생방송 현장 모습이 VR로 제작되어 실시간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KT뮤직의 ‘지니’는 음악전문 VR 서비스를 최초로 출시했다. 이제 한류 스타들의 콘서트 현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 느낌을 체험할 수 있다. VR 서비스는 공연장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각도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어 시청자들에게 현장에 가서도 느끼지 못하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실제 공연장이나 야구장에 있는 것보다 더 생생한 장면을 느낄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는 얘기다. 간단히 말하면 VR은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넘어 인간을 자유롭게 만드는 혁신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완벽한 VR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많은 게 현실이다. VR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몰입감과 생생한 느낌을 주려면 움직임에 따른 화면 업데이트 지연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자연스러운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정확한 동작 추적 기술도 반드시 필요하다. 최적의 몰입감을 제공하는 VR을 구현하기 위해선 영상의 품질, 실시간 반응, 상호작용, 음향 같은 다양한 기술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이는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운 메카니즘을 요구하는 과정이다. 이밖에도 기가 LTE급 통신 기술, VR 기기의 발열 관리기술, 배터리 기술 등을 부가적으로 갖춰야 VR의 완성도를 극대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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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측면에서 VR과 인공지능(AI)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짝꿍이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 VR은 AI 시대의 디지털 세상(가상 세계)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리적 세계와 VR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거기에 AI 기술까지 결합시키면 완벽한 가상현실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VR 헤드셋을 쓰고 알파고와 바둑을 두는 모습이 곧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VR 산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기업은 페이스북과 삼성전자다. 페이스북은 2014년 VR 헤드셋 제조업체인 오큘러스를 인수한 후에도 VR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왔다. 삼성전자도 오큘러스와 협력해 만든 기어VR를 출시하면서 VR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 밖에도 스마트기기 및 카메라 제조사들이 지난해 말과 올해 상반기에 소비자가 직접 VR 영상을 찍을 수 있는 VR 카메라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삼성과 LG가 대중적인 VR 카메라를 판매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고, 글로벌 기업들도 저마다의 강점을 앞세우며 잇달아 개성있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VR 게임의 등장은 VR 게임을 즐길 수 있는 ‘VR방’을 탄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VR 게임을 하기 위해선 고사양의 PC와 VR 기기가 필요한데, 개인이 그 정도 기기를 갖추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HTC는 이 같은 부분을 간파해 중국 PC방 업체인 ‘순왕커지(順網科技)’와 손잡고 중국 최초의 VR 방을 항저우시에 오픈할 예정이다.

VR은 3D에 비해 콘텐츠 몰입도가 높을 뿐 아니라 개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향후 기기업체 외에도 콘텐츠·서비스 업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모두 시장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이미 쇼핑과 VR를 접목하는 기술적 방안을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리바바는 상품 VR 이미지를 만들고, 판매자용 VR 가이드라인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VR의 대중화는 의료, 교육, 국방, 행정, 건설, 제조, 교통 등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분야를 예로 들어보자. 응급 환자 수술을 맡은 의사에게 멀리 있는 전문의가 VR 기기를 통해 자문을 해주거나 직접 수술을 해준다면 수술의 성공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VR 기기를 통해 의사들이 수술 연습이나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무인기 등에 VR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국방 분야 외에도, 제조 등 일반 산업 현장에서 VR을 기술을 적용하면 훨씬 안전하고 정밀한 생산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VR은 그동안 인간에게 가장 큰 제약이었던 시간과 공간이라는 틀을 깨뜨려 주었다. 이제 인간은 시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롭게 벗어 날 수 있으며, 앞으로는 지리적인 위치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미래의 인간은 언제 어디서나 완벽하게 연결된 망을 통해 원하는 것을 즉시 보고 느낄 수 있는 시대를 향유하게 될 것이다. 인간 관계나 만남의 방식 또한 변할 것이며, 일을 하는 방식이나 협업하는 방식도 통째로 바뀔 것이다. VR이 지금까지 인류에게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가져다 줄 혁신 기술이란 사실은 너무나 분명하다.



안병익 씨온 대표는…
국내 위치기반 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지리정보 소프트웨어 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LBS산업협의회 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포인트아이 대표이사를 지냈고, 지난 2010년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 씨온을 창업해 현재 운영 중이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안병익 씨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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