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글로벌 현장에서] 대규모 농지개발 나선 땅부자 아르헨티나

추종연 주아르헨티나 대사

관개농지 600만㏊ 추가 확대

홍수 예방 하천유역 정비 계획

개발 참여땐 기업 농업도 가능

농어촌·수자원公 등 진출 기대





산과 마을, 그리고 도시들이 어우러진 오밀조밀한 풍경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아르헨티나는 경이(驚異)의 땅이다. 비행기에서 보는 거대한 초록색 평원은 아무리 봐도 싫증 나지 않는다. 자동차로 10시간을 달려도 구릉지 하나 없는 망망대해 벌판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시를 중심으로 반경 600㎞ 이내 팜파평원은 비옥한 토양과 온화한 기후를 가진 곡창지대로, 이곳을 중심으로 아르헨티나에서는 매년 1억톤 이상의 곡물이 생산된다. 국토면적의 13%만을 경작지로 사용하는 데도 그렇다. 모든 경작과정이 기계화돼 있으며 토지소유주는 도시에 거주하면서 전문농업기사와 계약을 통해 농사를 짓는다.

이러한 땅 부자 나라가 때늦게 농지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올 5월 아르헨티나 정부는 관개농지를 600만㏊ 더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세계은행 및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전문가들과 협의를 거쳐 100만㏊를 우선사업대상지역으로 선정하고 12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투자자 및 토지소유주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협력사업(PPP) 형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세계 인구증가 및 경제발전에 따른 식량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단기적으로는 외국인투자를 유치해 고용을 창출하고 국토를 균형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아르헨티나 농업기술연구소(INTA)에 따르면 곡물 경작면적을 현재 3,800만㏊에서 6,100만㏊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한다.


사업대상지역은 아르헨티나 북서부와 남부 파타고니아 건조지역이다. 북서부 지역은 안데스 산맥 동편에 위치한 5개주(州)이며 이곳에서는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을 사용하고 있으나 만성적인 물 부족에 직면해 있다. 파타고니아 지방의 리오네그로 강의 물을 사용하는 관개시설을 구축할 경우 강 양쪽의 경작지역을 대폭 확대할 수 있다. 현재 염소와 야생동물만 서식하는 파타고니아의 드넓은 평원도 지하수나 지표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경우 경작지 확대가 가능하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에너지공급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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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르헨티나 정부는 홍수피해 예방이라는 또 하나의 큰 과제를 안고 있다. 국토가 평평하다 보니 강이 쉽게 범람한다. 그러나 인구밀도가 낮아 인명피해는 크게 발생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정부정책에서 홍수피해 방지가 우선시되지 못했다. 아마도 환경보호주의자들의 영향력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근래 기후변화로 홍수피해가 갑자기 확대되자 정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신정부가 새로운 수자원관리정책을 수립하게 됐고 우리나라·네덜란드 등 외국 정부와 정책 및 기술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홍수조절을 위해 하천유역을 개발하게 되면 농토가 확장되는 것은 자명하다.

우리는 아르헨티나의 이러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들이 관개농지 개발이나 강 연안 개발에 참여할 경우, 농지를 확보할 수도 있고 그 경험을 토대로 기업농업도 시도할 수 있다. 또 4대강 개발사업, 간척사업, 홍수조절, 외국 농지개발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이 쌓은 귀한 경험을 아르헨티나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농어촌공사나 한국수자원공사와 같은 우리 공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아르헨티나가 이들에게 100년 먹거리가 될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의 강은 우리나라 강과는 달리 사시사철 수량이 풍부하고 수심이 깊으며 유속도 빠르다. 아르헨티나의 노동법규나 환경법규는 매우 까다롭다. 아르헨티나는 한국 기업들로부터 기술이나 경험뿐만 아니라 파이낸싱도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아르헨티나 유수기업과 제휴하는 게 좋다. 큰 고기를 잡으려면 먼바다로 나가라는 이야기가 있다. 아르헨티나는 큰 고기도 많고 풍랑도 있는 먼바다다.

추종연 주아르헨티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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