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에게 여름은 휴가철을 떠올리게 하지만 코레일 직원에게는 평소보다 더 바쁜 시즌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기온 상승으로 선로 변형이 일어나기 쉬워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선로 뒤틀림, 침목 균열 등 일반적인 점검과 보수는 궤도검측차·레일탐상차 등 첨단장비를 활용해 열차가 운행되지 않는 심야 시간에 진행된다.
하지만 한낮에 이뤄지는 긴급 보수 및 선로 점검은 직원들의 몫이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자갈길을 따라 하루 8㎞ 선로를 점검한다. 대기 온도가 30도일 때 선로 온도는 사하라 사막과 비슷한 55도까지 올라가 그야말로 더위와의 사투를 벌여야 한다. 고속선의 경우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매시간 온도를 측정하고 레일 온도를 낮추기 위해 몇 번의 살수 작업을 하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샤워한 듯 흠뻑 젖기 마련이다.
◇여름철 재해대책본부 본격 가동=12일 코레일에 따르면 여름철 열차 장애에 따른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선제적 안전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름철은 집중호우와 폭염 등 재해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레일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열차 사고 및 장애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여름철의 발생 비율은 30% 이상으로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코레일은 지난 5월부터 ‘여름철 재해대책본부’를 본격적으로 가동했고 차량 및 시설물 전반에 대한 종합 안전점검을 시행해 하절기 안전운행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또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폭염·낙뢰·집중호우·강풍 등 4대 요인에 대한 중점 안전관리대책을 마련해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안전 사각지대엔 드론 투입해
효율성 UP·사고예방 두토끼
◇사각지대는 드론으로 해결=재해 취약 개소를 수시로 점검하고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안전점검도 극한작업 중 하나다. 국토의 65%가 산악지형인 특성상 철도는 낙석, 옹벽 붕괴, 산사태 등 각종 위험요소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 위험요인이 수십m가 넘는 접근이 어려운 비탈면 상부에 있어 안전점검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안전점검은 망원경을 통해 붕괴 위험이 큰 낙석 등 위험 개소를 확인하고 작업자들이 직접 올라가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0㎏이 넘는 배낭을 메고 몇 시간 동안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하는 강행군이다. 줄 하나에 의지해 발 디딜 곳 없는 암벽을 오르는 일도 다반사다. 하지만 목표 지점에 도달했음에도 위험요인을 찾을 수 없어 허탈한 마음으로 하산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안전점검에 있어 정확한 정보가 가장 중요한 이유다. 자구책으로 등장한 게 드론(무인항공기)이다. 코레일은 최근 드론을 활용해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는 방안을 시행했다. 드론은 접근이 어려운 재난 우려 개소에 1∼2m까지 근접해 실시간 영상과 사진을 제공함으로써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더불어 안전점검 인원 감축, 시간 절약을 통한 비용 절감은 물론 직무사상사고 예방으로 직원 만족도 높였다.
블랙박스 설치·차량 정밀진단 등
‘철도 안전 최우선’ 경영 잰걸음
◇안전을 철도경영의 최우선 목표로=5월 취임한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안전을 철도경영의 최우선 목표이자 핵심가치로 천명하고 안전 최우선 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 사장은 먼저 ‘안전혁신본부’를 사장 직속으로 격상하고 안전정책 총괄 조정을 위한 안전정책조정실(T/F)을 신설했다. 또 이론과 현장 실무경험이 풍부한 철도 자문위원 6명으로 구성된 철도안전혁신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자문위원들은 안전혁신 아이디어 제공과 중대사고 원인조사 참여 등 안전정책과 현안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한다.
철도안전을 지속적으로 담보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도 마련됐다. 코레일은 운전실 블랙박스 설치, 노후 차량 정밀안전진단 시행 등 스마트한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항공안전관리 방식을 접목시켜 철도안전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특히 기관사 열차운행정보기록 전수조사로 부적절한 운행습관을 교정하는 등 한번 발생한 사고는 철저한 원인분석을 통해 재발을 방지할 계획이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