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전세계는 지금 '몬스터' 사냥 열풍...20년된 '포켓몬' 증강현실 만나 대박

'포켓몬 고' 열풍에 닌텐도 주가 나흘만에 60% 급등

관련 비즈니스 모델 무궁무진...수입 막대할 것

한국서도 속초 등 일부지역 위치정보 제공돼 게임 가능

#.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같은 곳을 배회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인종, 성별 나이도 모두 제각각인 이들은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GO)’를 플레이하면서 이곳까지 걸어왔다고 했다. 나치즘에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워싱턴DC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에도 새로운 게임에 푹 빠진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기념관에서는 “추모의 장소와 맞지 않는다”며 방문객에게 ‘포켓몬 고’를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 한국에서는 강원도 속초가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속초 시내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트위터에 “손님은 안 오고 몬스터만 찾아오네”라고 적은 사진을 올렸기 때문이다. 보안시설의 위치노출을 이유로 한국에서는 구글 어스를 기반으로 한 ‘포켓몬 고’ 게임이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게임이 가능하다는 점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속초시청은 소셜네트워크(SNS) 계정에 “속초가 들썩이고 있다”며 “지도 한 장 때문에 속초시청 홍보가 되고 있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20년된 게임 캐릭터가 증강현실(AR)을 만나 전 세계에서 초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1996년 닌텐도 게임에서 출발한 앙증맞은 몬스터들은 스마트폰, 증강현실과 결합해 3차원 세계에서 다시 태어났다. 관련 기업 주가가 치솟는가 하면 게임업계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았다며 들썩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콘솔게임을 고집하며 사세가 꺾였던 닌텐도가 처음으로 출시한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를 계기로 운명이 바뀌었다고 12일 보도했다. 호주(6일)와 미국(7일) 등 일부 국가에서 정식 출시된 이 게임은 공개 하루 만에 다운로드 1억 건을 돌파하면서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만 400만달러(42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대박의 징조가 보이자 관련 기업의 주가도 급상승했다. 도쿄증시에서 닌텐도는 게임 출시 이후 4거래일 만에 60%(1조3,000억엔) 가까이 뛰며 8개월만에 시가총액 3조엔을 회복했다. 1983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시가총액도 8개월 만에 3조엔을 회복했다. 이때문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포켓몬 고가 가져온 주가급등 현상을 ‘포케모노믹스’ 로 명명하기도 했다.


내로라하는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린 힘의 시발점은 지난 2014년 만우절 구글과 함께 시작한 이벤트였다. 당시 구글은 만우절 이벤트로 지도 애플리케이션인 구글맵스에서 ‘포켓몬 챌린지’ 이벤트를 펼쳤다. 전 세계 명소를 검색해 돌아다니면서 주변에 등장하는 포켓몬을 잡는 방식이었다. ‘포켓몬 고’는 이 기본 구조에 등장 캐릭터와 아이템을 더하고 이야기를 덧붙인 게임이다. 이 이벤트의 총괄 기획자는 ‘포켓몬 고’의 개발과 배급을 담당한 나이앤틱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존 한케다. 사내벤처인 나이앤틱을 독립시킨 그는 최근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구글맵과 포켓몬의 만남은 굉장히 달콤했다”고 회상하며 많은 이용자들이 포켓몬 이벤트에 열광하는 것을 보고 정식 출시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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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는 ‘포켓몬 고’의 성공을 “수년간 이어진 꾸준한 기술개발과 강력한 캐릭터가 완벽하게 결합한 결과”로 분석하며 엄청난 부가 수익을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 자체는 무료지만 아이템과 액세서리 구입, 지역광고 연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막대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나이앤틱이 몬스터 출몰지역으로지정해 사용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케 CEO는 “제휴 장소는 새로운 수익 창출로 연결될 것”이라며 현실 세계에 터 잡은 AR게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뜻을 내비쳤다.

한편 닌텐도가 32%의 지분을 소유한 포켓몬컴퍼니와 닌텐도, 구글(알파벳)로부터 총 2,000만달러(230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게임을 만든 나이앤틱이 어떻게 수익을 배분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이앤틱의 정확한 지분구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JP모건의 모리 하루카 애널리스트는 “‘포켓몬 고’ 의 한 달 매출은 300억엔(3,313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를 근거로 한 닌텐도의 연간 순이익은 추가로 250억엔(2,760억원)가량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리 애널리스트는 게임 액세서리인 블루투스 장비(포켓몬 고 플러스·35달러)가 적어도 5,000만 개 이상 판매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포켓몬 고’가 공개되기 전 닌텐도가 제시한 올 회계연도 실적가이던스인 350억엔(3,870억원)은 무난하게 웃돌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보안시설 노출을 이유로 구글에 지도 반출을 거부하면서 포켓몬 고 출시 국가에서 제외됐다. 다만 구글 지도 서비스가 제한된 ‘구글 락’에서 벗어난 속초 이북의 강원도 일부 지역과 울릉도, 독도 등에서는 게임이 가능하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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