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부담 없이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 개인연금으로 갈아탈 수 있게 되면서 공격적인 자금 운용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려는 은퇴자들이 개인연금펀드로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형 IRP 가입액은 11조원으로 290조원에 이르는 개인연금 시장으로 흘려갈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4일부터 만 55세 이상 퇴직근로자는 개인형 IRP 자산을 개인연금으로 옮기거나 반대로 개인연금 자산을 IRP에 옮겨도 퇴직소득세나 기타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기존에는 IRP에서 개인연금으로 자금을 이동하면 일시금 인출로 간주돼 6.6~41.8%의 퇴직 소득세를 내야 했다. 또 본인납부액과 운용실적에 따른 이익이 발생하면 계좌이체 때 기타소득세(지방세 포함 16.5%)가 부과된다. 연금을 굴리는 70개 금융회사 가운데 59개사는 14일부터 계좌이체 전산 시스템을 가동하고 산업은행 등 9개사는 이달 말까지, 하나금융투자 등 2개사는 오는 10~11월 말까지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로 IRP에서 개인연금으로 자산을 옮겨 공격적인 자금 운용을 하려는 은퇴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저금리·저성장 환경이 지속되면서 노후자산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연금은 IRP와 달리 투자 비중에 제한이 없어 수익률을 높이려는 투자자들은 개인연금펀드로 눈길을 돌릴 것을 보인다. 개인연금 가입자가 IRP 이전은 극히 드물 것으로 보인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유출이 지속되고 있는 것과 달리 개인연금펀드에는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올 들어 이달 12일 기준 640개의 개인연금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 MMF 포함)에는 5,584억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2조5,300억원이 빠져나갔다.
최근 1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설정액 50억원 이상, MMF 제외)는 ‘NH-Amundi Allset국채10년 인덱스자(채권)C-P1’로 11.38%를 기록했다. 이어 ‘피델리티연금아시아하이일드전환자(채권-재간접)C’와 ‘한국투자연금베트남자(주혼)C’가 각각 9.1%, 8.99%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수익률 상위 10개 중 6개는 국내외 채권형 펀드가 이름을 올렸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높은 변동성으로 하락기를 맞은 만큼 안정적인 채권형 상품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저금리 투자환경의 대안으로 꼽히는 배당형도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자(주식-재간접)PRS’는 같은 기간 7.67%의 수익률로 3위를 차지했고 ‘신영밸류고배당자(주식)C-P’도 5.71%로 상위권에 자리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55세 이후 은퇴자라면 적극적인 주식투자 상품보다 꾸준한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배당형 상품이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한 자금 운용처로 더욱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연령대·리스크별로 노후자산을 운용하는 방법이 천차만별인 만큼 생애주기형 연금상품도 주목할 만하다. ‘미래에셋라이프사이클7090연금전환자1(채권)’은 5.6%의 수익률로 수익률 상위 10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의 라이프사이클 연금펀드 시리즈는 국내외 주식 및 채권형, 혼합형 등 총 19개 상품군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연령대에 따라 리스크 수준에 맞춰 펀드를 선택하는 것으로 55세 이상 은퇴자는 안정적인 채권투자 비중을 높은 ‘미래에셋라이프사이클5060(채권혼합)’ 등이 추천된다.
삼성자산운용이 올해 4월 선보인 한국형 타깃데이트펀드(TDF)도 대표적인 생애주기형 연금상품이다. 한 펀드 내에서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연령대에 따라 운용방법이 자동으로 변경되는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