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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의 설욕전 '전기차' vs 나를 물로 보지마 '수소차'

<미래 친환경차 주인공은>

-전기차

1832년 등장해 1910년까지 인기…가솔린 차에 밀렸다 다시 부활

매연 '제로' ·싼 연료비 장점 불구 주행거리 짧고 충전시간은 길어

-수소차

출력 높고 2~3분이면 충전 'OK'…500~700㎞ 장거리 주행 가능

차값 비싸고 충전소 설치 쉽잖아…수소 제작과정서 온실가스도 나와







“수년 내에 전기 자동차 제작을 시작하겠습니다.”

1914년 1월11일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의 창업자 헨리 포드는 이 같은 폭탄선언을 한다. 포드가 이 사업에 쏟아 부은 돈은 150만달러. 오늘날 가치로 단순 환산하면 약 3,582만달러(약 411억원)에 달하는 거액이었지만 사업은 좌초됐다. 역설적이게도 포드 자신이 이미 휘발유 내연기관(엔진) 자동차를 크게 히트시킨 탓이었다. 바로 1908년부터 시판된 ‘모델T’ 승용차다. 모델T 이후 미국에서 휘발유차가 대세로 자리 잡자 전기승용차는 점차 하락세를 걷더니 1935년에 단종돼버렸다.


약 100년이 지난 현재 전기차는 승용차 시장에서 설욕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미국 신흥업체 테슬라가 6~7년 새 급부상하며 전 세계에 전기차 붐이 일어난 덕분이다. 일본 닛산은 ‘리프’ 전기차로 맞불을 놓는가 하면 우리나라에선 현대자동차가 첫 양산형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출고를 이달부터 개시했다. 그러나 전기차가 엔진차를 꺾으려면 먼저 물리쳐야 할 라이벌이 있다. 수소(H2)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달리는 수소연료전지차다. 한 세기를 넘어 왕좌를 넘보는 전기차와 자신을 ‘물(H2O)’로 보지 말라며 격돌하는 수소연료전지차의 과학 원리와 역사를 짚어본다.

◇전기차 기술의 명과 암...소음·매연 없지만 충전 불편하고 비싸

전기차를 가장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자동차에서 엔진과 연료통 대신 각각 유도전동기(유도모터)와 전지(배터리, 혹은 셀)를 넣은 것이다.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는 연소가스 압력으로 움직인다. 반면 전기차는 전기의 힘으로 모터를 돌려 움직인다. 배터리로 움직이는 장난감 자동차가 사람을 태울 수 있을 정도로 커지고 모터의 힘도 세진 셈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전기차용 전지의 종류는 전해물질을 어떤 종류로 쓰느냐에 따라 리튬이온전지, 리튬폴리머전지, 니켈·카드뮴전자, 니켈수소전지 등으로 나뉜다. 특히 리튬이온 및 리튬폴리머전지가 가장 애용된다. 리튬이온전지와 리튬폴리머전지가 더 작고 가벼우면서도 한층 높은 밀도의 에너지를 방출하고 폭발 등의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이중 리튬이온전지는 배터리 내 리튬이 이온화돼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잃은 전자가 내부 도선을 통해 흘러 전압을 발생시키는 원리로 작동된다.

사람이 탈 수 있는 전기차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32년이었다. 당시 유럽에서는 전기차가 흥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1890년 화학자 윌리엄 모리슨이 미국에 6인승 마차 크기의 전기차를 처음 선보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후 1910년대까지 미국에서는 전기차가 히트를 치게 된 것이다.


당시에도 조용하고 매연이 없어 도시민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시동 걸기 간편하고 모터로 작동해 복잡한 수동 변속기 조작이 필요 없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하지만 포드의 모델T 출시 이후 휘발유차 판매가격이 현격히 낮아져 1912년께에는 대당 650달러까지 떨어지자 전기차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의 전기차인 로드스터만 해도 대당 가격이 1,750달러에 달했다. 또한 1920년대부터는 미국이 주요 도시 간 도로 연결이 상당히 이뤄져 장거리 주행수요가 늘어났는데 당시 전기차는 주행 및 충전속도도 느린데다 주행거리 짧아 이런 시대 조류를 쫓아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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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도 이 같은 딜레마는 여전하다. 전기차 충전시설은 상대적으로 부족한데 최신 전기차라도 1회 충전당 주행거리가 길어야 최대 350~500㎞ 수준이다. 완속 충전 시에는 5~6시간, 급속충전 시에도 최소 십여분씩의 장시간이 소요된다. 출고가격도 아직은 엔진차에 비해 비싸 정부 보조금이나 세제혜택을 받아 겨우 가격 열위를 만회하는 수준이다.

물론 전기차는 소음·매연이 없는 친환경차라는 장점을 갖는다. 운행비용도 휘발유차 연료 값과 비교하면 최저 10분의1 수준으로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영욱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연구원은 한 보고서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는 전기차용 이차전지와 모터 등 핵심부품에 대해 선진국과 동등한 기술력을 확보했고 일부 분야에서는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다만 긴 충전시간 문제를 풀려면 충전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수소연료전지차 오해와 진실...힘 쎄고 오래 가지만 ‘공해 제로’는 아냐

수소 연료전지차의 기본 구조와 구동원리도 엔진과 연료통 대신 모터와 전지를 써서 전기의 힘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다만 전지의 구조와 재료가 다르다. 전기차에는 직접 전기를 공급 받아 충전하는 이차전지가 사용되지만 수소연료전지차는 전지는 수소를 충전소에서 연료 주입하듯 보충해 충전된다. 이처럼 수소를 연료처럼 주입하기 때문에 수소연료전지라는 명칭이 붙었다.

수소연료전지는 음극과 양극이 초미세 구멍이 뚫린 일종의 그물 역할을 하는 고분자막으로 분리돼 있고 그 사이에 이온을 음극에서 양극으로 흐르도록 돕는 전해질이 채워져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이때 음극을 채우고 있는 연료인 수소(H2)가 이온상태(H+)가 돼 전자를 잃으면 고분자막의 구멍을 투과하고 전해질을 건너 양극으로 이동하게 된다. 양극에는 산소가 있는데 이것이 수소 이온과 결합해 물로 변환된다. 그러면 음극쪽에는 이온화될 때 떨어져 나간 전자들이 전위차를 메우기 위해 도선을 타고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면서 전압이 생성된다.

수소연료전지차도 연소가스를 발생시키지 않으므로 매연이 없는 친환경자동차로 평가 받는다. 그렇다고 대기 오염을 전혀 일으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전지의 주요 원료인 수소 연료를 제작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가 생산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기대되는 수준이지 공해 제로 수준은 아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수소연료전지차로 16만㎞ 이상 실증 주행을 하면서 모두 3만4,000번 충전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반 자동차보다 253톤 정도 저감됐다고 밝힌 바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폭발성이 높은 수소연료의 관리 위험성 등으로 인해 충전소 인프라 설치가 쉽지 않고 수소저장탱크에 고가의 탄소섬유를 사용해야 하는 등 제조 및 관리 비용이 높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보다 일반적으로 고출력을 낼 수 있고 2~3분 만에 연료전지를 재충전할 수 있어 일반 휘발유 엔진 차량과 비교해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장점을 안고 있다. 또한 전기차보다 장거리 주행이 가능해 500~700㎞까지도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다.

최근 테슬라 등의 도약으로 수소연료전지차보다는 전기차 쪽에 정책 지원의 무게가 더 실리는 추세이지만 아직 어느 쪽이 우세한 기술이 될지 불분명하다. 따라서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정책 지원도 적극 확대해 전기차 산업과의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는 게 관련 보급사업을 벌이는 지방자치단체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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