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북극곰· 낙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환경의 변화에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장점을 살려가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생명체이죠. 걸림돌을 디딤돌로 삼아 멋지게 변신하는 과정이 바로 생태계의 진화가 말하는 삶의 진리랍니다.”
지난 13일 오후 서라벌고등학교 사순아트홀에는 100여명의 학생들이 최형선(사진) 박사의 ‘다른 동물의 삶은 안녕하신가요’에 참석했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이번 강좌는 어린이도서관에서 준비한 지역학교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고전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4년째다. 올해는 성인과 청소년 대상 30개 강좌가 개설됐다.
첫 시간인 이날 최 박사는 지구에 살아남은 생명체의 위대함과 그들에게서 생존전략을 배워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했다. “치타는 육식동물이지만 턱이 약해서 잡은 동물도 쉽게 놓칠 뿐 아니라 오래 달리지도 못해요. 하지만 최고 시속 100㎞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강점을 끌어올려 자신의 단점을 극복했답다. 북극곰의 예를 한번 볼까요. 북극곰의 조상은 불곰이랍니다. 빙하기에 얼음에 갇혀버렸지만 처절하게 환경에 적응해가면서 외모까지 바꾼 대표적인 사례죠.”
그는 동물의 생존전략에서 삶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며 “조류가 환경이 바뀌면서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맞게 먹이를 구하고 살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부리와 발의 모양이 바뀌었어요. 이처럼 동물들은 돌연변이의 기회를 활용해 자신의 직업을 스스로 선택했답니다. 동물들에게 직업이란 먹고 사는 것을 의미하죠. 우리의 고정관념은 동물들은 직업을 선택할 수 없다는 쪽으로 기울기 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외형을 바꿔가는 과정에서 유전자 그룹(gene pool)도 바뀐답니다.”
학생들은 진화과정에 얽힌 동물들의 숨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강의에 점점 빠져들었다. 최 박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의 나라’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능동적인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붉은 여왕의 나라에 갇히게 되면 모두가 똑같이 바쁘기만 할 뿐 자신의 장점을 파악하고 이를 최대한 끌어올리기가 어려워요. 모든 생명체가 능동적으로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키워서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듯이 여러분도 자신의 장점에 올인해야 합니다. 살아가면서 찾아오는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어 성공하려면 먼저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니까요. ”
강의에 참석한 이 학교 1학년 이하준 학생은 “요즈음 이공계 쏠림현상이 심화하면서 기초학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학문의 실용성만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인돌 강의는 제게 의미가 컸다”면서 “자연과학인 생물과 생태학을 배우면서 인간의 삶이 그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이과와 문과가 서로 통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강의였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는 고인돌 강좌의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