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보다는 능력’ 현재 우리나라 직업교육의 본질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문구다. 화려한 스펙으로 치장하기보다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맞춤형 능력을 길러내는 방향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을 일대 전환한다는 것이다. 초중등학교는 물론 고등교육기관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는 교육부의 혁신적인 노력은 일단 고등직업교육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고등직업교육의 핵심축은 전문대학이다. 교육부는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이라는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고등직업교육에 일대 혁신을 가하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된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은 매년 3,0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지역, 산업 맞춤형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시작됐다. 특성화사업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단연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도입의 의무화다. 이를 통해 과거 공급자 중심으로 편성되어 왔던 교육과정을 수요자 중심으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국가직무능력표준이 아직 개발되지 않는 분야에서도 현장중심형 방법론을 적용하게 함으로써 대학의 모든 교육과정을 NCS의 범주로 끌어들였다. 이로써 단순 지식전달이나 교수편의 중심의 커리큘럼 운영 방식이 사라지고 산업체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적재적소형 교육이 가능해졌다.
특성화사업에서는 또한 각 대학이 속한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각 대학별로 비교우위를 가진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해당 지역의 산업현장에 인력을 공급하는 지역친화형 교육 및 취업루트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이 결과 고등교육인력 과잉시대에 오히려 구인난을 겪고 있는 지역의 중소기업에 인력공급 창구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 산업발전에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이러한 효과는 수치상으로도 명확히 증명된다. 특성화사업 추진 2년만에 NCS 기반 교육과정 도입률(전체 교육과정 대비)이 47.5%로 높아져 교육기반의 개혁이 전문대학 단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교육과정의 근본적인 변화는 산업체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냄으로써 전체 전문대학 취업률은 72.4%로 훌쩍 높아졌다. 현재는 공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향후 NCS에 기반한 능력중심의 채용 관행이 급속히 확산되면 그 성과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렇듯 교육부가 추진하는 특성화사업은 능력 중심사회 실현과 청년고용 문제 해결에 효율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효과적인 프로젝트임이 분명하다. 덧붙여 해당 사업은 대학구조개혁과도 연동돼 있어 대학 정원의 양적 과잉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러한 직접적인 성과 창출이 가능한 분야에의 적극적인 투자 확대 방안이다. 일반대학의 12%에 불과한 전문대학 재정지원 사업규모는 논외로 하더라도 재정지원 확대를 검토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투자대비 효율성 자체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성화사업의 사업규모를 확대할 수도 있고 유사한 효과를 내는 별도의 사업을 기획할 수도 있다. 대학의 책무성, 독창성, 자율성을 더욱 강화하면서 해당 분야의 지원을 늘려간다면 고등직업교육 패러다임 전환의 조기 정착 및 능력사회 실현에 기여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교육부의 전향적인 대안 제시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