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강화"에 36조원...소프트뱅크 통 큰 베팅

일본 정보기술(IT) 기업인 소프트뱅크를 이끄는 손 마사요시(손정의) 사장이 글로벌 반도체 설계회사 ARM 인수에 240억파운드(약 36조원)를 베팅했다. 소프트뱅크의 역대 인수합병(M&A)은 물론 유럽 시장의 IT 분야 M&A 중 최대 규모다.

소프트뱅크는 18일 ARM 인수를 결정했다고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공식 발표했다. 주당 인수가는 17파운드로 지난 15일 ARM 주식 종가에 43%의 프리미엄을 붙인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ARM 인수 목적은 사물인터넷(IoT) 강화다. 모든 물건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IoT 시대가 열리면 다양한 기기에서 반도체 수요가 생길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ARM은 모바일기기 및 IoT 관련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9억6,830만파운드로 많지 않지만 영업이익이 4억610만파운드에 달하는 알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번 인수로 소프트뱅크가 IoT 분야의 폭발적 성장에 맞춰 수익을 낼 ‘현금창고’ 하나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파운드화 가치가 엔화 대비 30% 폭락한 것도 공격적 베팅의 배경으로 꼽힌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인수대금을 전액 파운드화로 지급할 계획이다. 아미르 안바르카데 BGC파트너스 일본 자산판매 부문 사장은 “손 사장이 파운드화 가치가 회복할 것으로 확신하고 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을 집어냈다”고 분석했다.

ARM 인수를 위한 자금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주식 매각과 일시적 자금 확보를 위한 단기대출인 브리지론 등으로 조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뱅크는 이날 웹사이트를 통해 ARM 인수를 위한 1조엔 규모의 브리지론 계약체결 사실을 밝혔다.

한편 한국계이자 소프트뱅크 창업자인 손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60세 은퇴계획을 철회하고 5년간 더 회사를 이끌겠다고 공언했다. 알리바바 투자 성공으로 안목을 입증받은 그는 향후 30년의 중점사업으로 IoT·인공지능·스마트로봇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