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사위 소속 의원 60% "법조비리 핵심은 전관에 동조하는 현직 판·검사"

[본지 설문]

"전관사건 터져도 영향 안받아...유착 악순환 되풀이"

공수처·상설특검 등 도입 비리 현관 일벌백계 강조

"20대 최대과제는 법조개혁" 50%...고강도 입법 예고

"생명 위협...가중처벌 필요" 징벌적 손배제 압도적 찬성

'경영활동 위축 논란' 배임죄 기준 완화에는 '반대' 우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의 절반 이상이 법조비리 근절 대책의 대상으로 현직 판·검사를 지목했다. 그동안 법조비리 대책이 ‘전관비리’라는 이름으로 전관 변호사의 수임 제한, 브로커 단속 강화 등 검찰과 법원 외곽을 처단하는 방식에 집중됐던 것과는 다른 접근이다. 더욱이 법사위 소속 의원의 절반은 20대 국회 회기 내 이뤄야 할 핵심 과제로 ‘법조 개혁’을 꼽았다. 앞으로 4년간 국회에서 고강도 법조개혁 법안 발의가 잇따를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법사위 의원들은 배임죄 완화에는 상당수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반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두고는 조기 도입을 주장했다.


◇동조하는 ‘현관’이 전관비리 주범=서울경제신문이 20대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 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유효 응답 의원 13명 가운데 8명은 ‘법조비리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현직 판·검사 중심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로 고위직 판·검사 출신 변호사의 부당한 사법 개입 시도가 드러난데다 진경준 현직 검사장의 개인비리까지 밝혀지면서 법원과 검찰 한가운데를 겨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춘석 더민주 의원은 “법조비리를 전관 문제로 몰아가지만 전관에 응답하는 현관들에게 문제가 있다”며 “전관 사건이 터질 때마다 현직들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문제가 없다는 식이니 해결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성호 더민주 의원도 “전관을 예우해주는 현직이 있으니까 전관 비리가 있는 것”이라며 “한 번이라도 문제가 되면 변호사 자격을 박탈하는 등의 엄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구체적인 대안으로 사건관계자의 접촉 시도를 자진 신고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면 엄중 처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범계 더민주 의원은 “현직 판검사들이 스스로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관련 법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법조계, 특히 검찰의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전관 변호사와의 유착이나 젊은 검사의 자살 사건 등은 검찰의 끼리끼리 문화와 상명하복 문화에서 비롯됐다”며 “이를 고쳐야 법조비리를 해결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와 같은 전담 독립기구가 있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공수처가 아니면 상설특검이라도 필요하다”면서 비리 현직에 대한 일벌백계를 강조했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도 공수처 도입을 주장했다.


의원들은 변호사 수임정보 공개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조응천 더민주 의원은 “변호사 정보가 공개되질 않아 브로커들의 말에 의뢰인들이 솔깃하게 된다”며 “어떤 변호사가 어떤 사건을 수임했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은 “검사장이나 고법부장 이상의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고 나아가 변호사와 판검사 자격시험을 분리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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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법사위 최대과제는 법조개혁=법사위가 20대 회기 내에 해결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유효응답 의원 12명 가운데 절반인 6명이 ‘법조 개혁’을 꼽았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8명 중 5명이 이같이 답했다. 법조 개혁을 강조한 의원은 금태섭·박범계·백혜련 더민주 의원과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다.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주광덕 의원만이 법조비리 근절을 최대 과제로 꼽았다.

주 의원은 ‘몰래 변론’ 변호사에게 1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하고 범죄 수익을 몰수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이미 발의하기도 했다. 금 의원도 지난달 변호인 참여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을 내놓았다. 금 의원은 “전관이 활약할 수 있는 이유는 일반 변호사가 접근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신문 참여권 보장 등 변호사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의뢰인은 전관이 아닌 변호사의 능력을 보고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며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새누리당의 오신환 의원은 사법시험 존치, 정갑윤 의원은 배임죄, 윤상직 의원은 중견기업 육성을 각각 회기 내 처리해야 할 현안으로 꼽았다. 더민주의 조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 문제가 시급하다고 봤다.

◇배임죄 완화는 시기상조, 징벌적 손배제는 만시지탄=배임죄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두고서는 응답 보류 4명을 제외한 13명 가운데 찬성은 3명, 반대는 7명이었다. 3명은 유보 입장을 냈다. 배임죄 논의에서 악의없이 내린 판단으로 문제가 되면 죄를 묻지 말자는 이른바 ‘경영판단의 원칙’ 도입 여부가 쟁점이다.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이현령비현령 논란이 있지만 판례로 처리할 수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냈고 이용주 의원과 박범계 의원 등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정갑윤 의원은 “잘못된 건 일벌백계해야 하지만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어렵게 하는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며 “19대 때 발의했던 배임죄 완화안을 7월 중에 재검토해 다시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폭스바겐 유해가스 배출 조작 사건 등으로 도입 논의가 불거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관련해 응답의원 14명 가운데 10명이 찬성했다. 유보가 4명이었고 반대는 없었다. 윤상직 의원은 “규제만으로 기업활동을 감독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악의적으로 생명과 신체에 피해를 끼쳤을 때 가중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갑윤 의원도 “사람의 생명을 해치고 사회에 큰 손해를 끼쳤으면 그에 맞게 처벌해야만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때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주광덕 의원은 “미국에서도 제도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크다”면서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으므로 많은 연구와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며 유보 의견을 냈다.

/법조팀 rok@sedaily.com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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