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청주시 흥덕구의 한 마을에서 축사 강제노역을 한 지적장애인 고모(47)씨가 19년 만에 모친과 재회하고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19년전 실종된 후 축사에서 돈 한 푼 받지 않고 노예처럼 강제노역을 해온 ‘만득이’ 고모(47)씨가 하루 12시간 소처럼 노동에 시달렸다는 증거가 포착됐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18일 고씨가 강제 노역한 김모(68)씨 축사에 설치된 CCTV 4대를 수거해 최근 20일간의 영상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고씨는 새벽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에 12시간씩 노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씨는 일어나자마자 소에 여물을 주고, 볏짚을 수레에 실어 돌아다니며 먹이통에 퍼넣었으며, 소똥을 삽으로 수레에 퍼담아 치우는 일도 담당했다. 낮에는 소먹이를 주는 일도 계속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고씨는 최근 경찰 피해자 조사에서 “소똥을 치우는 게 싫다”, “(축사에) 다시 가고 싶지 않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가 오후 5시께 여물을 다시 준 뒤로는 축사에 모습이 나타나지 않아 저녁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는 알 수 없다. 경찰은 고씨가 축사와 붙어 있는 비좁고 더러운 쪽방에서 살면서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소를 돌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축사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중간중간에는 빨래 등 자기 일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CCTV 자료 등을 토대로 강제노역의 강도를 측정하고, CCTV 화면에는 정황이 드러나 있지 않은 학대나 구타 행위가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주인 김씨는 학대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고씨가 목욕, 외식, 병원 진료 등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접은 받았는지도 경찰이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승희인턴기자 jsh0408@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