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김인규 다비치안경 대표 "직원교육 강화·매뉴얼 구축…代이어 운영할 수 있는 안경 체인 만들고파"

[CEO&STORY]

전국 첫 정찰제 도입…가격 낮추고 서비스 집중

자체 교육원 세워 고객 유형별 대응 등 합숙훈련

'비비엠' 브랜드·'봉사버스' 통한 기부도 활발

김인규 다비치 안경체인 대표가 서울 명동 본점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송은석기자김인규 다비치 안경체인 대표가 서울 명동 본점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송은석기자


“안경점 가맹점주가 본인의 매장을 3대, 4대까지도 물려줄 수 있는 시스템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본사에서 마련한 사업 매뉴얼을 잘 따르기만 하면 자식이든 손자든 누구나 안경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방법을 바탕으로 전 세계 다비치안경 체인을 오는 2030년까지 3,000개로 늘리고 매출 3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근 서울 명동 다비치안경 본사에서 만난 김인규(사진) 대표는 안경 사업에만 30년을 몰두하며 쌓아온 그의 경험을 하나둘씩 꺼내놓으며 매장 운영 매뉴얼 개발과 직원교육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세상을 다 비춘다’는 뜻의 순우리말인 다비치라는 사명처럼 고객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맹점의 매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매장 운영 방식과 전문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가맹점이 잘돼야 본사가 잘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고 이것이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게끔 가맹점주 및 고객과의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며 “매년 20%의 매출 성장으로 국내 1위 안경 체인 기업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고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토종 안경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55세인 그는 사업을 시작한 지 30년째를 맞았다. 지금은 전국 매장 수 250개, 연매출 2,000억원이 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안경 체인점 대표가 됐지만 그 시작은 매우 미미했고 성장 과정이 극적이었다고 김 대표는 회상했다.

“처음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적성에 잘 맞지 않았습니다. 안경 장사를 하던 매형의 권유로 25세에 5평 남짓한 가게에서 안경을 팔아본 게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지난 1990년에 부산 국제시장으로 진출해 24평짜리 번듯한 매장을 운영하며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대구의 안경공단에서 안경을 대량으로 사와 소비자에게 싸게 파는 박리다매 방식을 적용했더니 부산뿐 아니라 인근 도시에서 안경을 사러 물밀듯이 손님이 몰려왔죠.”

부산 국제시장에서의 성공으로 김 대표는 전에 비해 세 배 이상의 수입을 올렸지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안경이 귀하고 안경점이 많지 않아 타 지역 거주자까지 안경을 사러 부산까지 와야 하는 점이 매우 고생스러워 보였던 것이다. 김 대표는 잠시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고향인 경남 진주에 60평 규모의 대형 안경점을 차렸다. 특히 전국 최초로 가격정찰제를 적용해 부르는 게 값이던 당시 관행을 완전히 깨뜨렸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안경으로 가격 흥정을 하는 등 장사만 하려는 이들이 많다”며 “정확한 가격을 표시해 신뢰를 높이고 고객에게 맞는 시력과 안경 모양, 사이즈 등을 찾는 데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격정찰제를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계속해서 승승장구할 것 같던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찾아온다. 일밖에 모르고 살던 몸에 무리가 와서 30대 중반에 길에서 졸도하는 일을 겪은 것이다. 진주·마산·창원·포항·부산 등지로 매장을 늘려 한창 사업이 빛을 발하던 시기라 충격은 더욱 컸다. 과로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뻔하자 김 대표는 인생을 다시 한 번 돌아보기로 결정했다.

“쉬는 시간이라곤 없던 제가 일선에서 물러나 전시회를 다니고 책도 읽으며 쉬다 보니 이대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중국에서 안경 렌즈 공장을 활발히 확장하던 사업가를 만났는데 그분 나이가 당시 72세였어요. 그 나이에도 건강관리를 하며 열정적으로 사는 모습에 감탄하며 저 역시 제2의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김인규 다비치 안경체인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명동 본점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송은석기자김인규 다비치 안경체인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명동 본점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송은석기자


다시 경영에 복귀한 김 대표는 2003년부터 다비치안경 체인 사업을 본격화한다. 종전에는 경남 중심으로 매장을 늘려왔다면 이번에는 서울 상권의 중심지인 명동에 첫 번째 매장을 내고 본격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매장을 확대해나갔다. 특히 가맹점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종전의 직원교육과 매장 운영 효율성 제고에 더 많은 힘을 쏟았다.


김 대표는 20년 전부터 꾸준히 쌓아온 직원교육 노하우를 좀 더 체계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2005년 대전광역시 대전역 앞에 다비치교육원을 설립했다. 전국 매장에서 동일한 고객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직원 합숙이 가능한 대형 교육시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다비치안경의 계약직 직원이 되기 전에도 반드시 5박6일의 교육을 받도록 하고 정규직 직원의 경우 4개월가량의 강도 높은 교육과정을 거치게 하는 등 엄격한 교육 시스템을 완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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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설립한 다비치교육원에서는 직원들이 정해진 매뉴얼대로 행동하기 위한 상황별 연습이 이뤄진다. 특히 다양한 고객의 수요와 성격에 맞춘 대응 방식을 배우는 것이 핵심이다. 돋보기를 원하는 고객, 선글라스가 필요한 손님, 단순히 매장을 둘러보려는 방문객 등을 빠르게 파악하고 가장 최적화된 동선과 제품 추천을 통해 만족도를 높이는 식이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를 예로 들면 직원 개개인이 친절하기보다 고객 유형별 대응 방식이 잘 마련돼 있기 때문에 빠른 불만 처리가 가능하고 이 덕분에 친절함과 전문성을 느끼게 된다”며 “안경 역시 단순한 상품을 넘어서 고객 만족을 이룰 수 있는 서비스 개념으로 접근하기 위해 교육과 매뉴얼을 거듭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갖추려 한 교육 및 매뉴얼 시스템 덕분으로 가맹사업 이후 매장은 1년에 20~25개가량 꾸준히 늘어났고 현재 250개(다비치안경 214개, 케이비전 43개)가 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안경 체인으로 발전했다. 다만 김 대표는 서울 진출 후 13년이나 지났지만 이 정도 확장 속도는 빠르지 않은 것이라며 엄격한 기준으로 가맹점을 늘려왔음을 자신했다. 양보다 질이라는 생각으로 가맹점 한 개를 열더라도 제대로 된 매장을 늘려야 회사 전체가 탄탄해진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매장 규모가 대형이어야 하고 완전한 중심상권에서 한 블록 정도 떨어져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곳이어야 가맹점 오픈이 가능하다는 기준을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매장을 크게 내면 임대료 부담 등으로 가맹점이 망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김 대표는 묵묵히 안경 매장의 대형화를 주장했다. 김 대표는 “우리가 마트에 가면 다양한 물건을 마음껏 고를 수 있듯이 안경점도 수많은 사람의 수요를 만족시키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여기에 친절한 직원들이 저렴하고 신뢰 있는 가격으로 고객 눈에 딱 맞는 안경을 추천하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 대표는 30년 전 사업 초기부터 봉사정신을 항상 강조해온 기부 천사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김 대표의 부친이 남을 돕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기부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습관을 들인 덕분이다. 김 대표는 “돈이 많아서 주는 건 적선에 불과하다”며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을 때 기부를 하자는 생각으로 혼자 사업을 하던 시절에도 경로당이나 지역 복지시설에 방문해 시력검사를 해드리고 무료로 안경을 맞춰드리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전부터는 ‘봉사버스’라는 아이템을 기획해 전국을 돌며 안경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버스를 개조해 시력검사 및 안경 맞춤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고 전국 15개 다비치안경 지부와 연결된 시청 및 사회단체를 통해 고아원과 경로당 등을 방문하는 방식이다. 봉사버스 한 대로 1회 방문 시 30~100명 정도에게 안경을 맞춰주는데 지난 5년간 매달 8회가량 총 350여회의 봉사버스 행사를 열었다.

이름부터 봉사정신의 의미를 담아 지난해 론칭한 ‘비비엠’ 브랜드 역시 김 대표의 강력한 기부 의지에서 비롯됐다. ‘봉사·배려·미래’의 초성을 따서 지은 비비엠은 다비치안경이 디자인과 품질을 자부하는 자체 브랜드로 고객이 비비엠 안경테를 하나 구입할 때마다 안경테 하나를 소외계층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부가 이뤄진다. 고객이 안경 브랜드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안경 하나로 세상을 더 밝게 한다는 스토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 대표는 “비비엠의 가격이 다른 하우스 브랜드에 비해 5만~10만원가량 저렴한데 이는 대량주문 및 직접 유통을 통해 거품을 없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이렇게 가격 거품을 없애 소비자와 소외계층 모두에게 혜택을 줄 뿐 아니라 디자인과 기능성 면에서도 세계 명품 브랜드 못지않은 퀄리티로 고객 만족을 실현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김인규 대표는

△1962년 경남 진주 △1985년 진주대 무역학과 졸업 △1986년 황실안경원 개업 △1990년 뉴부산안경원 개업 △1996년 라데팡스 체인점 설립 △2003년 ㈜다비치안경체인 법인 설립 △2004년 초당대 안경광학과 졸업 △2012년 초당대 안경광학과 석사 △2015년 동신대 안경광학과 박사 △2015년~ 대구가톨릭대 한국안광학대학원장 △2016년 다비치안경 등 전국 250여개 가맹사업 전개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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