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자투리 펀드 청산' 극약처방...18개 운용사 신상품 출시 불허

금융당국, 9월과 12월엔 추가 강도 높여

외국계 운용사 제한 대거 포함



하나UBS자산운용은 지난 2007년 해외주식 투자 펀드인 ‘하나UBS 라틴아메리카’를 설정했다. 세계적 금융그룹인 UBS글로벌이 위탁 운용하는 이 펀드는 9년 가까이 유지됐지만 총 설정액은 5억원(패밀리 기준)에 불과하다. 수익률도 엉망이다. 최근 3년 수익률은 -17.1%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상황에도 자산운용사는 수수료를 꼬박꼬박 챙겼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설정 규모가 50억원 미만인 자투리(소규모) 펀드를 기한 내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18개 자산운용사에 대해 신규 공모 상품 등록을 제한하기로 했다. 자투리 펀드 감축에 강한 의지를 보인 금융당국이 예고한 대로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8일 올해 2·4분기에 자투리 펀드 164개가 정리돼 공모 상품(1,883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6%(294개)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정한 지난달 말 정리 목표 기준(11%)보다 4.2%포인트 높은 수치로 펀드 정리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자투리 펀드의 비효율성과 관리소홀에 따른 부작용 등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 후 1년이 지난 공모 상품 중 50억원 미만짜리를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특히 이행 실적이 부진한 자산운용사는 펀드 등록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일찌감치 엄포를 놓았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자산운용사와 투자자가 시일이 촉박하다는 점을 지적하자 금융당국은 자투리 펀드 정리 이행 계획을 한 달씩 연장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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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국내 자산운용사 52곳 중 자투리 펀드 정리 실적이 미흡한 KB·KTB·교보악사·대신·마이다스에셋·마이에셋·멀티에셋·메리츠·베어링·블랙록·신영·IBK·알리안츠글로벌·유리·유진·JP모간·피델리티·하나UBS자산운용 등 18개사에 대해 목표비율(11%)을 충족할 때까지 새로운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공모 상품을 만들 수 없도록 했다.

설정 펀드 숫자가 적은 편인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판매 제한 명단에 대거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 말까지 자투리 펀드 비중을 7%로 낮추고 연말에는 5% 이내로 정리한다는 방침을 확정한 상태다. 이들 18개사가 당장 자투리 펀드 비중을 11% 이하로 낮춘 뒤에도 3·4분기 목표 비율인 7%에 도달하지 못하면 공모 상품 등록이 재차 제한될 수 있다.

현대·BNK자산운용은 이번에 자투리 펀드를 모두 정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형사에 속하는 키움·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4개사는 2·4분기 중에 40개 이상의 자투리 펀드를 한꺼번에 청산하면서 정리 실적 상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자산운용·신한BNP·NH아문디자산운용 등의 대형사도 금융당국의 기준을 충족시키며 급한 불을 껐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자투리 펀드 정리 관련 모범규준은 내년 2월까지 적용되지만 진행 상황에 따라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김기한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정리 실적이 부진한 18개사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자투리 펀드 정리를 독려하는 등 공모 상품 비효율성 해소와 자산운용사의 신뢰 회복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 ·박민주기자 mingu@sedaily.com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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