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데스크 칼럼] 선 분양제·중도금 대출, 그리고 분양보증

이종배 건설부동산부장

중도금 집단대출-분양보증은

선 분양제 뒷받침 하는 '안전핀'

'사적 영역' 아닌 '공적 영역' 봐야



전세제도와 더불어 한국만의 독특한 시스템이 있다. 바로 ‘선(先)분양제도’가 그것이다. 모델하우스만 보고 입주 전에 돈을 내고 아파트를 구입하는 ‘선분양제도’는 ‘후(後)분양제’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용되곤 한다. 국내에서 선분양제도는 1993년 4월 ‘주택사업공제조합(현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신)’ 설립부터 제도화됐다고 볼 수 있다. 선분양제도를 뒷받침하는 시스템 중 하나가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과 ‘분양보증’이다.

선분양제도하에서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과 분양보증은 주택공급에 일등 공신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집값의 60%에 해당하는 중도금 보증을 통해 저리로 대출 받을 수 있는 것. 여기에 건설사 부도 등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사태는 분양보증으로 방어가 가능하다.


집단대출 보증과 분양보증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한 예로 말레이시아는 1990년대 도시화 가속에 따른 택지 부족으로 아파트 완공 전에 주택을 미리 구입하는 선분양제를 실시해 주택 대량 공급 문제를 해결해왔다. 문제는 분양보증 등 보증 시스템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아 주택사업 중단에 따른 피해가 발생했고 사회·정치적으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외환위기 당시 여러 건설사들이 부도로 무너지면서 이 같은 보증 시스템이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당시 공사를 중단한 아파트만 무려 14만가구에 달했다. 보증 시스템을 그나마 갖추고 있었던 덕에 외환위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선분양제도하에서 중도금 보증과 분양보증 등을 언급한 이유는 최근 들어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가계대출 억제 차원에서 중도금 대출보증을 대폭 강화했다. 여기에 고 분양가 단지에 대해 분양보증 심사도 더욱 까다롭게 하면서 이래저래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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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선분양제도하에서 보증 시스템의 성격을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이 그것인데 사실 ‘공적 영역’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 선분양제도하에서 주택 공급을 하고 입주 때까지 안전하게 책임지는 시스템을 사적 영역으로 놓는 것은 적당하지가 않다.

공적 영역의 큰 틀에서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은 가계대출보다는 건설금융에 더 가깝다. 건설금융 시장은 국내 시장에서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정부가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을 통해 일종의 건설금융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 중도금 집단대출은 공사 기간 중에는 공사대금으로 활용된다. 금융당국은 이 자금이 입주 때 개인에게 전환되는 점을 고려해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투여되는 중도금 집단대출도 가계대출로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집단대출이 건설금융인 이유는 건설사 부도시 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나 주택금융공사가 소비자를 거치지 않고 대출은행에 바로 변제해주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분양보증 시장 개방도 일부에서는 나오고 있는데 이것 역시 쉽게 결정할 것은 아니다. 선분양제도하에서 분양보증은 정부가 국민들로 하여금 안심하고 입주까지 책임져 주겠다는 약속이다. 분양 계약자들은 분양보증을 일종의 ‘정부의 약속’으로 믿고 있다. 사적 영역에서 발급하는 보증서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한마디로 분양보증은 서비스 상품으로 보기보다는 선분양제도 시스템하에서 안전핀인 셈이다. 분양보증을 발급하면서 보증기관이 고 분양가 단지에 대해 분양가 심사를 엄격히 하는 것도 분양보증이 공적 영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후분양제’는 건설금융 조달부터 책임 입주까지 민간 영역에서 다 이뤄진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은 아직도 ‘선분양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분양제하에서 중도금 보증과 분양보증은 그래서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다. /ljb@sedaily.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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