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일 치러진 6월 수능 모의평가에 응시한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경찰이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출제 정보 유출 혐의로 구속된 고등학교 교사와 학원강사 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된 학원강사 이모(48·남)씨와 고등학교 국어교사 박모(53·남)씨를 검찰에 송치하고, 같은 혐의로 고등학교 국어교사 송모(41·남)씨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19일 밝혔다.
한국교육평가원은 지난 5월 31일 ‘2017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6월 2일 실시)의 국어영역 시험문제 내용이 사전에 유출됐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결과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송씨는 박씨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시험문제 정보를 받은 박씨는 이를 이씨에게 전파했고, 학원가에서 스타강사로 통하는 이씨는 유출된 정보로 강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박씨가 주도적으로 범죄사실에 관여하고 또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그를 6월 14일 긴급체포 후 구속한 뒤 같은 달 24일 송씨와 함께 검찰에 송치했다. 또 이씨는 지난 11일 구속한 뒤 19일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4월 12일 경기 시흥시의 한 호프집에서 만난 송씨에게 “이번 모의평가에 들어가면 국어문제를 잘 기억해 와라. 스타강사인 이씨가 잘 돼야 우리도 괜찮지 않겠느냐”며 시험문제 정보 유출을 제의했다.
이에 송씨는 4월 15일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들어가 출제정보를 기억한 상태로 4월 28일 퇴소했고, 5월 10일 박씨에게 국어영역 출제 정보를 구두로 전달했다. 송씨가 박씨에게 전한 정보는 총 12개 지문 45개 문제 중 8개 지문 32개 문제에 해당하는 정보였다.
박씨는 이 같이 습득한 정보를 5월 16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이씨에게 전달했다.
이씨는 5월 17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비공개 현장강의에서 사전에 얻은 국어영역 시험 정보를 바탕으로 강의를 했고, 경찰조사 결과 수강생 중 일부는 이씨에게 ‘평가원에서 선생님에게 (6월 모의평가에) 무슨 문학작품이 나오는지 귀띔 해주는 게 사실인가요?’라는 등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범행 동기는 경제적 종속관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는 수능 출제·검토위원으로 참여한 이력이 있어 교사·강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서 “박씨는 2007년부터 이씨에게 국어문제를 만들어 줬고, 2011년부터는 독점으로 문제를 만들어 주면서 그 대가로 문항당 7만원~8만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박씨는 이렇게 의뢰받은 국어 문제출제를 송씨 등 다른 7명의 현직 교사들에게 재차 의뢰하고 이씨로부터 받은 대가를 교사들에게 나눠주고 중간에 마진을 챙겼다”면서 “2011년부터 올해까지 박씨는 문제 출제 대가로 총 3억6,000여만원을 받았고, 이중 1억여원은 이른바 하청 교사들에게 나눠줘 박씨가 챙긴 순 이익은 2억6,000여만원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경찰은 박씨가 과거에도 시험문제 정보 유출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들을 교육부에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학원강사 이씨에게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이번 모의평가 시험정 보 유출에 연루된 교사 박씨와 이씨 등은 파면이나 해임 등의 징계를 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