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사형제 부활" VS "EU가입 못해"...터키-서방 갈등격화

에르도안, 귈렌 송환도 재차 요구

美 "쿠데타 배후 증거 없다" 거부

터키 군부의 쿠데타 실패 이후 사형제 부활과 배후인물 송환을 둘러싸고 터키와 미국·유럽연합(EU)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쿠데타 세력을 ‘테러리스트’에 비유하며 “쿠데타라는 명백한 반역죄가 저질러졌고 터키 국민은 쿠데타를 모의한 테러리스트의 죽음을 원하고 있다”며 사형제 부활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국민들은 왜 테러리스트를 감옥에서 보호해주고 음식을 줘야 하는지 의아해한다”며 “쿠데타로 친척과 이웃과 아이를 잃은 사람들은 테러리스트에게 죽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 정부 측에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도 재차 요구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범죄인 인도 협정이 있다”며 “전략적 파트너가 누군가를 인도하도록 요구하면 나는 그렇게 하는데 상대는 똑같이 하지 않는다”고 미 정부를 비난했다. 귈렌은 온건 이슬람주의자로 에르도안과 정치적 마찰을 빚다 미국으로 망명했다.


서방 측은 에르도안의 사형제 부활 방침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형제를 도입한 국가는 EU에 가입할 수 없다”고 못 박았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사형제와 EU 가입은 양립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도 귈렌이 테러를 주도했다는 증거 없이는 송환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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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과 EU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유럽과 중동을 잇는 터키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감안하면 터키의 협조 없이는 테러와의 전쟁이나 난민통제라는 난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역자 제거’를 명분으로 반대파를 일소해 독재체제를 굳히려는 에르도안 정부를 지지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한편, 터키 중앙은행은 19일 연 8.75%인 하루만기 대출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전문가들은 쿠데타 발생 전 0.5%포인트 인하를 점쳤다가 쿠데타 이후에는 자본유출을 우려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리라화 가치가 다소 회복되면서 소폭 인하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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