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깜짝 실적 발표 이후 2·4분기 어닝시즌에 거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내수침체와 경쟁심화 등의 이유로 실적이 뒷걸음질 치는 기업들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식품을 비롯해 여행·항공·스마트폰 부품주의 경우 종목별로 실적 전망치가 하향조정되고 있는 만큼 업종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연속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코스피 202개 상장사들의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4조4,422억원으로 3개월 전(32조4,905억원)보다 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상장사들의 2·4분기 실적 기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개별기업들의 실적이 주가의 추가 상승 동력이 되는 실적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식품·여행·항공·스마트폰 부품업종에 속한 일부 종목의 경우 거꾸로 2·4분기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지난해보다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오뚜기(007310)는 2·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3개월 전보다 7% 가까이 줄어든 354억원으로 집계됐다. 농심(004370)의 2·4분기 영업이익도 석 달 새 12% 넘게 감소한 234억원에 그치며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프리미엄 제품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국내 라면 및 제과시장의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농심의 2·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보유’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47만7,000원에서 4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적인 측면에서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 식품시장은 성숙기로 진입했다”며 “이제는 한정된 내수시장의 수요만으로는 높은 성장을 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적 개선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식품업계 대장주 중 하나인 농심은 지난 5월 말 대비 주가가 15% 넘게 떨어졌으며 같은 기간 오뚜기 주가도 5.07% 하락했다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를 맞고 있지만 여행·항공 관련업종도 2·4분기 실적 부진이 예고됐다. 하나투어(039130)의 2·4분기 영업이익은 3개월 전에 비해 무려 58% 가까이 줄어든 53억원으로 지난해의 반 토막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4월 일본 지진에 따른 현지 자회사의 실적 악화와 면세점 영업적자, 국내 광고비 증가 등 악재가 맞물리고 있다”며 2·4분기 적자전환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나금융투자와 HMC투자증권도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하나투어의 목표주가를 기존 11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낮췄다. 하나투어는 5월 말 이후 주가가 18% 가까이 급락하며 전날 52주 신저가를 새로 경신했다. LG이노텍(011070)과 삼성전기(009150), 삼성SDI(006400) 등 정보기술(IT) 부품주들도 실적 전망치가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 LG이노텍의 2·4분기 영업이익은 3개월 전 368억원에서 적자전환(-84억원)할 것으로 추정됐으며 삼성전기도 최근 석 달 새 영업이익 전망치가 65% 넘게 줄어들었다. 이 밖에 삼성중공업(010140)과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조선주들은 지난해보다 적자 폭은 크게 줄어들겠지만 최근 들어 실적 눈높이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